여성 영화인 열전 2: 미술감독 류성희 새로운 시도에 늘 열려 있는 비주얼리스트

by.장영엽(씨네21 편집장) 2019-01-04조회 6,716
류성희
류성희 미술감독과 박찬욱 감독

<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과 <올드보이>(박찬욱, 2003), <달콤한 인생>(김지운, 2005)의 공통점은? 류성희 미술감독이라는 교집합을 가진 영화라는 점이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감독과 협업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2016년에는 <아가씨>(박찬욱, 2016) 미술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탁월한 기술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수여하는 벌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시공간과 인물에 얽힌 사연을 독창적인 시각 이미지로 구현해내는 류성희 미술감독의 작업은 한국영화의 상상력을 더욱 폭넓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피도 눈물도 없이>(류승완, 2002)의 투견장과 <올드보이>의 펜트하우스, <살인의 추억>의 취조실과 <달콤한 인생>의 스카이라운지, <괴물>(봉준호, 2006)의 한강…. 장르적 색채를 짙게 띠면서도 그 안에 발붙이고 살아갈 사람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점이 ‘류성희표’ 영화미술의 특징이다. 이러한 매력은 도예를 전공하고 미국영화연구소(AFI) 영화학교 출신으로 한국영화계에 별다른 연이 없었던 류성희 미술감독이 충무로에서 빠르게 ‘발견’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첫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을 <피도 눈물도 없이>의 류승완 감독은 “새롭고 한편으로는 무리해 보일 수도 있는” 시도에 늘 열려 있는 류성희 미술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박찬욱?봉준호 감독에게 그를 추천했다고 한다.

“감독의 직관 안에 있는 수많은 요소 안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영화미술감독이 해야 하는 일이라 믿는 류성희 미술감독은 바로 그러한 신념을 통해 한국 영화감독들이 믿고 의지하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비주얼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 그의 작업은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의 풍경을 되살린 <암살>(최동훈, 2015)과 서양, 일본, 한국의 문물이 혼재된 공간적 연출을 보여주는 <아가씨> 등 최근작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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