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방동네 사람들>(배창호, 1982) 풋풋했던 그 시절 그 순간의 기억

by.서혜인(한국영상자료원 보존관리팀) 2018-09-06조회 2,995

데뷔작을 찍고 있는 젊은 배창호 감독과 카메라, 스태프 앞에서 주황색 양산을 들고 달콤한 시절을 연기하는 명숙 역의 김보연 배우, 주석 역의 안성기 배우가 있다. 아직은 사랑만 할 때. 주석이 소매치기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복선처럼 명숙의 어머니가 “저놈의 가시내가 팔자가 어찌 되려고 저럴꼬?” 하며 혀를 차도 창 밖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웃는 주석의 모습에 그저 설레기만 한다. 개발이 한창이던 1980년대 초반의 서울, 높은 빌딩이 늘어선 종로와 안양천 둑 위의 꼬방동네 사람들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듯, 이 사진 속 높은 채도의 의상과 소품, 인물의 미소가 현실의 아픔에 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빈민들의 그림자 진 삶의 풍경과 경찰이 시민에게 하대하는 장면 등 수십 장면이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으나, 그 시절 서슬 퍼런 검열 제도 탓에 영화가 개봉되지 못할 이유가 될 뻔했다. 1980년대 초반 서울 빈민촌 사람들의 일상, ‘검은 장갑’을 고단한 삶의 굴레처럼 벗지 못하는 명숙의 이야기와 배창호 감독의 아름다운 영화적 표현이 돋보이는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 이 작품은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www.kmdb.or.kr) 및 상암·파주 영상도서관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시네마테크KOFA에서 블루레이로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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