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남쪽> 16mm RP 필름 수집 전설의 한국 독립영화를 찾아서

by.홍하늘(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 2018-08-20조회 1,375

영화는 1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며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다양한 장르를 개척해 나가며 관객의 다양한 관람 욕망을 충족시켜 왔다. 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이 발전해나가며 영화는 자본과 이념, 때론 정권과 손을 마주잡고 여러 가지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일행적인 제작 의도와 목적에서 독립해 영화 작가로서 자율적인 창작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되는 영화를 우리는 독립영화라 부른다. 독립영화는 작가의 시대적 의지와 시각이 냉철하게 드러나므로 영화사(史)에서 매우 중요하다. 영화 기술의 발전과 시청각 예술 흐름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영화예술의 한 장르로 분류된다. 현재는 많은 영화제와 플랫폼의 발전으로 독자적인 관객층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영상자료원 수집팀은 지난 3월 한국독립영화사의 중요한 작품인 <강의 남쪽>(장길수, 1980), <환상의 벽>(장길수, 1980) 2편의 필름을 장길수 감독의 자료 기증을 통해 수집했다. <강의 남쪽>은 1980년대 독립영화 태동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현재 강남 은마아파트 공사 현장이 배경인 단편 독립영화다. 기증자는 이 영화의 연출자인 장길수 감독으로, 본격적인 한국 독립영화 태동기에 동서영화연구회, 청년영상연구회 등의 동인그룹·소모임 소속으로 활동하며 독립영화를 제작했다. 1970년대 프랑스문화원, 독일문화원 등지에서 영화를 보며 연구·토론하던 이들은 청년영상연구회의 이세민, 김창화, 신승수, 정유성 등이 합심해 <강의 남쪽>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독립영화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에 독립영화를 8mm가 아닌 16mm 필름으로 제작했다는 것과, 연세대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학에 필름이 돌려지며 상영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이후 1980년대 16mm 장편 독립영화 제작과 배급의 중요한 효시가 되었다.

더불어 이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동서영화연구회의 <환상의 벽>(장길수, 1980)이 새로 발굴·수집되었다. 이전에 작품 정보가 전무했던 터라 아직까지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필름 보수 중이며 작품 분석이 시작될 예정이다. 28년 동안 정보도 없던 영화필름이 새로이 발굴되어 스크리닝을 기다리는 지금,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장길수 감독이 기증한 위 영화의 16mm RP 필름 2릴은 초산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고, 필름캔을 열면 그 틈새로 시큼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 필름들은 영상자료원 보존관리팀 전문가들의 손을 통해 세척?보수될 것이며 최적의 상태로 세계 최고 필름아카이브 시설에 영구 보존될 것이다. 이 기증을 통해 우리는 ‘영화’라는 문화유산을 영구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와 후대의 시민, 관객이 이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함께 소장하게 되었다. 지면을 통해서나마 장길수 감독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그의 기증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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