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잡는다> 김홍선 감독 인터뷰 노련한 파수꾼의 신선한 스릴러

by.「영화천국」 편집팀 2018-08-14조회 1,311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화사한 색감으로 구현된 극중 공간 ‘아리동’과 베테랑 배우들의 차진 호흡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김홍선 감독은 ‘시니어의 스릴러’라는 신선한 설정에 사회적 이슈의 무게감과 장르의 쾌감을 고루 버무렸다. <공모자들>(2012), <기술자들>(2014)에 이어 세 번째 영화로 그만의 색을 신중하게 찾아가기 시작한 김홍선 감독을 만나 영화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일시 | 2018년 1월 30일(화)
참석자 | 김홍선 감독,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기록 및 정리 |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이아림 「영화천국」 편집부
사진 | 김민회 포토그래퍼

이은선    원작 웹툰의 제목은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다. 영화 제목을 ‘반드시 잡는다’로 바꾸면서, 시니어 캐릭터가 중심에 놓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을 것 같다.
김홍선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제목을 ‘아리동’으로 바꿨다. 그 편이 좀 더 장르영화다운 제목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영어가 들어간 제목은 좋아하지 않는다. ‘라스트 카우보이’를 살릴 경우 덕수(백윤식) 캐릭터만 강조되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등급 심의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아리동’이었는데, 스릴러 제목치고는 어감이 부드럽다는 지적이 있어 다시 바꿨다. 결과적으로는 제작사 AD406에서 만든 전작 <끝까지 간다>(2013)와의 연결성을 고려해 지금의 제목이 됐다. 사실 제목이 그 자체로 스포일러 같아서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영화의 밑천이 드러나지 않는 제목이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제목 후보 중 시니어 캐릭터가 중심에 놓인다는 인상을 주는 것들은 전부 제외했다.

이은선    최종 관람등급은 15세였지만 촬영은 청소년 관람불가 수위로 진행했다고 들었다.
김홍선    제작사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은 뒤 원작을 봤더니 수위가 높은 편이더라.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 제작사에 청소년 관람불가 수위를 제안했다. 상상력을 가두지 않기 위해 원하는 대로 찍고, 이후 편집으로 조절하자는 데 합의했다. 피해자들이 살해되는 과정, 시체 묘사 등을 적나라하게 찍은 뒤 편집 과정에서는 리액션 컷 중심으로 남겼다.

이은선    해당 장면들을 편집에서 덜어내지 않았다면 어떤 효과가 발생했을 거라고 보나.
김홍선    시니어 캐릭터가 중심에 놓이는 스릴러 장르영화가 흔하지 않으니, 한결 신선한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에서 서스펜스를 더하기에도 용이했다. 수위를 낮추면서 영화의 톤이 원래 의도보다 조금 무뎌진 것 같다. 애초에 관객이 이렇게 적게 들 줄 알았다면 차라리 청소년 관람불가 수위로 밀어붙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이은선    현장 편집본에서 얼마나 덜어낸 건가.
김홍선    30분 정도? 앞서 말한 일부 잔혹한 장면을 제외하고 통편집한 신은 2~3개가 전부다. 개봉 버전에는 한밤중에 덕수가 205호 지은(김혜인)의 집에서 수상한 진동을 느끼고도 그냥 잠들지만, 원래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장면까지 찍었다. 다른 주민이 “새벽부터 월세 받으러 왔냐”고 따지듯 묻는 바람에 205호 문을 열지 못하고 멋쩍게 집으로 돌아가는 설정이었다. 영숙(배종옥)의 30년 전 플래시백 장면도 찍고 나서 덜어냈다. 현재의 영숙에게 관객의 감정이 집중될 필요가 있는데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은선    웹툰을 영화화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김홍선    두 시간 분량의 영화에 담기에는 이야기가 방대하고 캐릭터도 많아 이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웹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는 데다가 장면 사이의 점프도 많다. 이 공백을 전부 친절하게 풀어낼 순 없었다. 그건 영화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봤다. 대신 러닝타임 동안 개연성이 깨지면 안 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을 하나로 잇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이은선    스릴러와 코미디의 비중은 어느 정도로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김홍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100% 스릴러를 원했다. 다만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의견을 받아들여 코미디의 비중을 전체의 30~40%로 가져갔다. 의도적으로 유머러스한 장면을 만들기보다 캐릭터 간의 충돌에서 나오는 재미를 포착하려 했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유연한 연기로 빚어진 유머도 꽤 있다. 결과적으로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맞춘 것 같다.

이은선    시니어 캐릭터는 주인공으로 좀처럼 다뤄지지 않을뿐더러, 어쩌다 다뤄진다 해도 휴먼 드라마 장르 안에서 소화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잡는다>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노인 고독사 등 현실적 문제들과 스릴러 장르를 결합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신선하지만, 동시에 ‘시니어 영화는 안된다’는 편견과 싸우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다.
김홍선    시니어 캐릭터가 주인공인 것이 요즘의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므로 관객 입장에서는 의문이 있었을 것 같다. 투자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배우와 모든 스태프는 이 영화가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데 의기투합했다. 잘 만들면 신선한 장르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작품성과 상업적 성공을 두루 거머쥔 영화로 남길 바랐는데 흥행이 잘 안됐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으므로 아쉬움은 없다.

이은선    오히려 젊은 세대를 묘사하는 작업이 더 까다로웠을 것 같다. 지은과 동네 건달들 그리고 후반부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배두식(박형수) 정도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데, 이들 역할에 뚜렷한 설득력을 부여해야 했을 테다.
김홍선    지은은 전형적인 ‘삼포세대’이고, 동네 건달들은 맥거핀이자 분위기를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배두식은 생각하던 것보다 비중을 줄였다. 그가 덕수에게 내뱉는 노인 혐오 대사도 지금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길었는데, 아무리 악역이라도 너무 비호감으로 보여 결국 편집에서 덜어냈다. 두식은 어릴 적 일들로 인해 여자와 노인에 대한 혐오를 갖게 된 인물이다. 중반까지 크게 드러나면 안 되는 캐릭터이기에 이 같은 전사(前事) 역시 덜어냈다.

이은선    덕수는 구두쇠에 고집불통인 노인인 한편 지키고 싶은 가치도 확실한 ‘노장 보안관’ 같은 인물이다. 백윤식은 전형적 아버지상으로 소비되는 대신 출연작마다 욕망과 캐릭터가 뚜렷한 인물들을 부여받는 몇 안 되는 노년 배우고, 그런 점에서 탁월한 캐스팅이었다고 본다.
김홍선    동의한다. <내부자들>(2015)을 비롯해 출연작마다 지극히 영화적인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생활연기를 통해서는 노년의 자신이 지닌 자연스러운 색깔을 잘 버무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신 분이다. 영화 도입부에 체조하는 장면, 한의원에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뒤 머쓱하게 나오는 장면, 병원에 있는 평달(성동일)을 찾아가 “뭐 먹고 싶냐”고 물은 뒤 그의 대답을 되받을 때의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선은 정말 최고다. 백윤식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보는 것만 같은 장면들이다. 전라도 올로케 촬영이었는데, 그동안 서울에 한 번을 안 가셨다. 열정적인 배우다.

이은선    원작에는 덕수가 왜 이렇게까지 고집불통이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이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이를 걷어냈다. 너무 친절한 설명이라고 판단한 것인가.
김홍선    시나리오에는 있었다. 원작과는 또 다르게, 6.25전쟁 때 먹을 게 없어 동생이 굶어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실제로 덕수 세대가 흔하게 겪은 일이다. 플래시백을 고려했지만 시대 배경을 달리해 촬영하기에는 예산이 빠듯했다. 그럼에도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찍었을 텐데,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외했다.

이은선    단순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아니라 영화의 타깃 연령층 자체를 높게 고려했었나 보다. 젊은 세대에게는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는 설정이다.
김홍선    맞다. 40대 이상이 타깃이었다. 40대를 극장에 오게끔 하려면 20대를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거지(웃음). 시니어 캐릭터가 이토록 활동적인 주인공을 연기한다는 점이 중장년 세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이은선    성동일이 연기한 평달은 대부분 무심하게 툭 등장하곤 한다. 배우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인상이기도 하다.
김홍선    평달은 덕수와 긴밀하게 호흡을 주고받는 인물이다. 덕수에게 말랑말랑한 느낌이 있을 때는 평달이 진지하고, 덕수가 진지할 때는 평달이 분위기를 풀어주는 식이다. 백윤식과 성동일 두 배우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대사와 감정을 툭툭 주거니 받거니 하기도 하고, 때론 어느 한쪽이 튕기거나 확 흡수하는 등 자유자재로 호흡을 만들어갔기에 믿고 맡겼다. 평달은 치매를 앓고 있다는 나름의 반전을 가진 캐릭터라, 설득력을 위해 평소에도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이 필요했다. 다만 처음 등장할 때만큼은 깜짝 효과를 주었는데, 원작 웹툰의 해당 장면 묘사가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차용했다. 평달의 첫 등장은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이은선    백윤식은 대사의 호흡이 길고, 반대로 성동일은 무척 빠른 배우다.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가 중요한 영화인 만큼 대사의 적절한 리듬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김홍선    기본적으로는 두 분 다 편하게 연기하시라고 했고, 성동일 배우에게 박자를 조금 맞춰주시기를 부탁드렸다. 현장에서 조절되지 않으면 편집 과정에서 호흡을 자르고 리액션을 붙이는 식으로 조절했다.

이은선    액션 콘셉트는 어떻게 구상했나. 개인적으로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느낌에 가까워 보이더라.
김홍선    60대 노인이 할 법한 리얼한 액션을 구사하되,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 노인’의 액션을 보여주려 했다. 평달은 형사 출신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전문적인 움직임을 준 정도다. 영화 후반부의 복개천 액션 신은 촬영 15일차쯤 촬영했다. 인물들이 빗속에 진흙에서 나뒹구는 설정이라 날씨가 그나마 덜 추울 때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무척 힘든 장면인데도 배우들이 모두 직접 찍었다.

이은선    유상섭 무술감독에게는 어떤 점을 강조해서 주문했나.
김홍선    전작을 계속 함께 작업한 덕분인지 다행히 호흡이 잘 맞았다. ‘내러티브가 있는 액션을 원한다’고 부탁드렸다. 유 무술감독이 작업한 영화 중에는 <도둑들>(최동훈, 2012)이나 <암살>(최동훈, 2015) 같은 작품보다는 <추격자>(나홍진, 2008)나 <황해> (나홍진, 2010)의 느낌에 가깝길 원했다.

이은선    <반드시 잡는다>는 공간을 바라보는 연출가의 이해가 뛰어나다는 인상을 주는 영화다. 이는 감독의 전작에서 일관되게 받는 인상이다. <공모자들>(2012)의 여객선과 장기밀매 패거리 소굴, <기술자들>(2014)의 인천 세관과 작업실, <반드시 잡는다>의 아리맨션을 포함한 아리동 전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도록 연출했다.
김홍선    내게 공간은 정말 중요한 요소다. 특히 <반드시 잡는다>에서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기를 원했다. 환해 보이던 공간이 축축하고 어둡게 변해가는 느낌을 살렸다. 그 자체가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설명하기도 한다. 공간과 조명이 탁월하게 어우러졌을 때 생기는 입체감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아모레스 페로스>(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2000)나 <시티 오브 갓>(페르난도 메이렐레스?카티아 런드, 2002) 등 라틴 계열 감독들이 그리는 생생한 화면들.

이은선    이번 영화의 공간 연출 방식에는 스스로 만족하나.
김홍선    아리맨션과 청솔한의원은 제작부 스태프들이 무척 고생해서 찾아냈다. 기존 공간에 미술팀이 훨씬 공을 들여 매만졌다. 청솔한의원은 실제로는 주거 공간이다. 드라마 <대물>(SBS, 2010) 조연출로 일할 때 오종록 감독님과 헌팅을 다니면서 전남 장흥 지역에 2주 정도 머무른 적이 있다. 그때 그곳에 일본식 가옥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번 영화를 찍기 전에 제작부 스태프에게 장흥 지역을 뒤져보라고 귀띔했다. 기차역 장면만큼은 아쉽다. 기차역이라는 공간 자체가 어떻게 해도 카메라에 담으면 평이하게 보이더라. 일단 촬영 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렵고 주어진 시간 역시 길지 않았다. 전남 장성 안평역과 전남 무안의 일로역에서 찍었는데, 두 공간을 연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은선    후반부 정혁(천호진)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인물들 간에 최후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 대목에 접어들면서 인과관계 및 극의 밀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김홍선    제일 많이 들었던 비판은 ‘평달이 왜 계속 살아나냐’는 거였다. 칼 맞고 총 맞고 하는데도 안 죽는다고(웃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인정한다. 평달이 위기의 순간마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다섯 번이나 되니 관객의 피로감이 컸을 것이다. 사실 촬영할 때 중간 과정을 전부 찍긴 했다. 한데 그걸 다 보여주면 격투 신에서의 긴장감이 잘 살지 않더라. 정혁과 덕수가 맞붙고 있을 때 평달이 올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니까. 끝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인과관계와 서스펜스 중 후자를 택했다.

이은선    정혁이 너무 급작스럽게 돌변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김홍선    ‘천둥 친 뒤 눈빛 돌변’ 식의 캐릭터 변화는 히치콕식 서스펜스 방식이라고 봤다. 이 설정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천호진 배우의 연기가 워낙 좋기도 했고.

이은선    앞서 만든 두 편의 영화를 거치면서 어떤 반성을 했고, 생각의 결과는 이번 영화에 어떻게 반영됐나.
김홍선    <공모자들>은 드라마 현장의 습관이 남아 있어서 브레이크 없이 마냥 달려버린 것 같다. 영화를 찍는다는 느낌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던진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고 할까. 반면 <기술자들>은 좀 더 즐기면서 찍었지만, 안일하게 타협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이번 영화의 경우 예산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연출에만 훨씬 집중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상황에 만족했다. 표준계약서에 맞춰 촬영한 첫 영화였기에 작업 시간 등을 준수하려면 한 컷을 찍더라도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한 뼘 더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선배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는 영화이기에 이전보다 선택과 집중을 잘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이은선    연출작들에서 일관되게 두드러지는 것은 반전이다. 반전 효과를 선호하나.
김홍선    좋아하긴 하는데, 사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반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세렌디피티>(피터 첼섬, 2001)다(웃음). 우연에 우연이 거듭되는 사랑스러운 느낌이 정말 좋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고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면 주로 다루게 되는 소재가 마약, 연쇄살인같이 센 것들이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개별 요소들은 신선한 것을 선호해서 생기는 경향 같다. 앞으로 두 작품쯤은 더 연출해봐야 나의 색을 정확히 찾지 않을까.

이은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소재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혹은 그런 소재가 장르영화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선택하는 편인가.
김홍선    관심이 많다. 영화를 찍기 전 6~7년 TV 드라마 현장에서 일한 경험 때문인 것 같다. 그때 참여한 작품은 대부분 멜로였기 때문에, 영화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굳이 드라마의 소재를 영화로 다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드라마에서는 시도하기 어렵거나 온전히 다룰 수 없는 소재가 무엇일지를 주로 고민하게 된다.

이은선    드라마 현장을 경험한 시절은 어떤 자양분이 된 것 같나.
김홍선    정확하게는 <해피투게더>(SBS, 1999) <피아노>(SBS, 2000) 등의 작품을 연출하신 오종록 감독님께 받은 영향이 크다. 글 쓰는 방법뿐 아니라 배우를 캐스팅할 때 어떤 관점으로 임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이 배웠다. ‘연기 못하는 배우를 감독이 잘하게 만들 순 없다, 뭔가를 끄집어낼 만한 사람을 발견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내게는 인생 스승님 같은 분이다.

이은선    지금까지의 연출 경험을 통해 ‘상업적 재미’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을 테다.
김홍선    아직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웃음). 다만 영화제작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거쳐 선택된 시나리오로만 가능한 것이기에, 지금 극장에 걸린 영화들이 상업성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그중 기획의 신선함과 감독의 개성이 얼마나 보이느냐에 따라 흥행 결과가 나뉘는 것 같다. 관객 수준이 높아진 만큼 감독의 이름값보다는 이야기의 재미가 날로 중요해진다. 결국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짜임새로 승부를 봐야겠지. 앞으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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