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서부터 읽는다. 그리고 <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을 영화사상 첫 번째 장편영화라고 ‘잘못’ 쓴 책도 수없이 보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가의 탄생>을 연출한 데이비드 워크 그리피스에 대해서 갑자기 나타난 감독처럼 소개하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이 영화를 연출했을 때 이미 그리피스는 39살이었다. 1908년에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고, <국가의 탄생>은 그리피스의 467번째 영화이다(이 목록에는 연출을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인되지 않는 명단은 제외했다). 게다가 이미 그리피스는 1914년에 1시간 분량이 넘는 장편영화 <베툴리아의 유디트 Judith of Bethulia>를 연출했다. 누구나 아는 이름이지만 정작 그리피스의 영화를 열심히 보았다는 시네필을 만나기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리피스는 <론대일 교환수 The Lonedale Operator>(1911)에서 이미 능수능란한 리듬감을 보여주었고, <피그골목의 머스커티어들 The Musketeers of Pig Alley>(1912)의 클라이맥스에서는 그 좁은 골목에서 경찰들과 갱들 사이의 기괴한 총격전을 전개한다. 이미 그리피스는 거인이었다.
D.W 그리피스(가운데) 오른쪽은 <국가의 탄생>에도 출연한 배우 릴리언 기쉬
토머스 딕슨 주니어는 1905년에 「더 클랜스맨」이라는 소설과 희곡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걸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많은 프로듀서와 접촉했다. 해리 애이트킨이 여기에 관심을 보였고 그리피스가 원작을 읽었다. 그리피스는 찰스 디킨스 소설의 열렬한 독자였고, 마치 「두 도시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만 같은 이 소설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1914년 7월에 촬영을 시작해 10월까지 4개월간 쉬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피스는 자신이 알고 있던 거의 모든 영화 테크닉을 여기에 전시하다시피 했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나라의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아벨 강스, 프리츠 랑, 칼 드레이어는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쇼크를 고백했다. 심지어 레닌이 혁명을 성공시킨 다음 사회주의 영화를 ‘발명하기 위해’ 모스크바의 쿨레쇼프 공장에서는 이 영화의 프린트를 보면서 분석했고 그 자리에 있던 에이젠슈테인과 푸도프킨은 그리피스의 방법론에 큰 영감을 받았다. 영화의 테크닉뿐만 아니라 <국가의 탄생> 오리지널 음악을 작곡한 조셉 칼 브레일은 칼 마리아 폰 베버의 <마탄의 사수>, 프란츠 폰 주페의 ‘기병대’ 서곡, 베토벤 교향곡 6번,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중 발퀴레를 일부를 발췌했고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서 하나의 전통이 됐다.
이야기는 1부 ‘남북전쟁’과 2부 ‘재건’으로 이루어졌다. 북부의 오스틴 스톤맨 집안에는 두 아들과 딸이 있고, 목화 농장을 운영하는 남부 카메론 박사 집에는 세 아들과 두 딸이 있다. 남부와 북부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그런 전쟁 중에 두 집안의 아들과 딸 사이에 연애 이야기가 시작된다. 1부는 링컨 대통령이 극장에서 암살당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 다음 2부에서는 이들 사이의 연애 이야기와 KKK단을 이끄는 카메론 박사의 아들 벤의 활약이 전개된다.
잘 알려진 대로 문제는 2부에서 흑인을 상대로 린치를 하는 KKK단을 정당화하면서 <국가의 탄생>은 격렬한 비판을 받았고, 한편으로 보수적인 백인들은 이에 동조했다. 아직 1915년이라는 점을 셈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이 영화의 상영 금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국가의 탄생>은 대중의 관심을 모으면서 무려 상영시간 3시간 15분에 이르는 이 영화가 ‘국가적인’ 차원의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이 기록은 1939년 역시 남북전쟁을 다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빅터 플레밍)가 개봉할 때까지 유지됐다.
아마 <국가의 탄생>에 대한 긴 논쟁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책 한 권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의미를 한마디로 설명한 것은 여배우 매리 픽포드의 말이다. “<국가의 탄생>은 사람들에게 영화가 산업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든 첫 번째 영화예요.” 아마 그것이 <국가의 탄생>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 본 게시물에는 작성자(필자)의 요청에 의해 복사, 마우스 드래그, 오른쪽 버튼 클릭 등 일부 기능 사용이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