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상흔과 영광의 이야기 <주먹이 운다> 개봉 10주년 기념 상영전

by.김성훈(씨네21 기자) 2015-07-17조회 3,269

“어려운 형편 때문에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무너지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를 주고 싶었던 영화다.” 류승완 감독의 말대로 <주먹이 운다>(2005)로 말미암아 지난 5월 30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4K 리마스터링 상영전이 열린 것. 영화를 제작한 용필름(당시 시오필름) 임승용 대표는 “필름으로 찍은 까닭에 DCP(Digital Cinema Package)가 없어 개봉 10주년을 맞아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했다”며 “함께 작업했던 동료, 관객과 함께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 상영전을 열었다”고 말했다. 전철홍 작가, 조용규 촬영감독, 남나영 편집기사, 배우 변희봉・기주봉, 당시 조감독이었던 한동욱 감독(<남자가 사랑할 때>) 등 10년 전 이 영화에 참여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이 상영전을 찾았다. “요즘 개봉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관객과의 대화(GV) 진행을 맡은 김홍준 감독의 말대로, <주먹이 운다>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관객의 가슴을 찡하게 건드렸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류승완 감독, 최민식・류승범 두 주연배우가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화기애애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었던 10년 전의 나 자신이 부럽다. 나이를 먹을수록 실험하려는 용기가 없어지지 않나. 필름 촬영, 블리치 바이 패스라는 거칠고 독특한 현상 기법 등 당시 기백을 되찾고 싶다”고 밝혔다. 또, 그는 “당시 최민식, 류승범, 임원희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를 리메이크할 뻔했는데, 임원희가 정선경 역할을 맡을 수가 없었다”며 “쓰카모토 신야의 <동경의 주먹>을 참 좋아해서 제목을 ‘서울의 주먹’이라고 지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님은 ‘주먹 대장과 맷집왕’은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하셨다.(웃음)”고 털어놓았다.

태식을 연기한 최민식은 “태식과 상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붙는 결승전 장면을 합 없이 찍는 게 출연 조건이었다”며 “복싱 선수가 되기 위해 촬영 전 혹독하게 준비했다. (류)승범이, (임)원희, (오)달수랑 줄넘기하고, 운동장 뛰고. 액션 신이 없는 달수는 왜 운동했냐고? 심심할까봐 같이 했다.(웃음)”고 떠올렸다. 이 말을 들은 류승완 감독은 “<올드보이>를 찍은 뒤 최민식 선배는 액션영화가 싫다고 하셨다. 그래서 <주먹이 운다>는 스포츠 영화라고 말하며 꾀었다.(웃음)”고 말했다.

상환 역을 맡았던 류승범은 “최민식 선배와 함께 출연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부담감이 컸지만, 말 그대로 좋은 의미의 부담감이었던 까닭에 선뜻 도전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런 부담감을 기다리고 있다”며 “당시엔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에너지가 상환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주먹이 운다> 10주년 상영은 7월 31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영상자료원에서 정기 상영될 예정이다. 블루레이 전문 제작사 플레인 아카이브는 <주먹이 운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올해 가을 출시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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