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연> 발굴 수집기 이규환 감독의 해방 후 네 번째 연출작 <해연(일명: 갈매기)> 발굴

by.최영진(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 2015-07-31조회 1,281
영상자료원의 해외 자료수집 업무는 무엇보다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하다. 미보유 영화의 정보 추적 조사를 시작으로 소재가 파악된 자료의 형태와 형식, 상태 등을 확인하고 소장자와의 협상을 거쳐 수집할 자료 형태를 결정, 그에 따른 복사(또는 복원작업)를 검토한 후 수집하게 된다. 이 과정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이번 <해연(일명: 갈매기)>(이하 <해연>, 1948) 영화필름의 발굴과 수집 역시 이런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전임 해외 수집 담당자와 수집부장은 2014년 9월에 일본 NHK 아카이브와 국제필름센터(NFC) 등 여러 기관을 방문(<영화천국> 41호, ‘일본 도쿄와 고베의 아카이브를 다녀오다’ 참고)하여 미보유 일제강점기 한국 관련 기록영상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중 고베영화자료관(Kobe Planet Film Archive)에서 이규환 감독의 <해연> 필름을 찾아냈다.

당시 수집부 출장자들은 고베영화자료관 야스이 요시오(安井喜雄) 관장과 면담하면서 영상자료원 미보유 기록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타진했고, 대화가 진행되던 중 야스이 관장으로부터 극영화 필름이 있다며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함께 보존 창고에 들어가 한자 제목으로 <海燕>이라고 적힌 필름 캔들을 확인했고, 모두 9롤의 35mm 질산염 필름으로 구성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디지털화 작업은 안 되었지만 프리뷰용 VHS 테이프로 촬영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비디오 화질로 봐도 필름 상태가 양호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야스이 관장은 필름 소장 경위에 대해 “3년 전 고물상에서 발굴했다”며 자세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고, 고물상도 물품을 구하는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필름은 가연성이 높은 질산염 필름이기 때문에 고도의 항온항습 시설에 보존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 일반 창고에 있었음에도 다행히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다.

필름 상태까지 확인한 후 (늘 그렇듯이) 우리는 필름의 기증을 유도했다. 하지만 결국 협상을 거쳐 복사한 필름을 국내에 반입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2015년, 영상자료원은 이 필름을 ‘듀프 & 사운드 네거티브’와 ‘상영용 프린트’ 복사본 필름으로 제작해 국내 반입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고베영화자료관의 협조로 일본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현상소 중 하나인 이마지카 웨스트(IMAGICA West)에서 필름 복사 작업을 진행했다. (사실 디지털로 변환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보존 매체로 필름을 선호하는 아카이브의 특성상 필름 복사를 했다.) 현재 고베영화자료관에는 여전히 정리가 안 된 필름이 쌓여 있지만 고베대학교와 공동 프로젝트로 고베대학 대학원생들을 활용, 목록화(카탈로깅) 작업을 하는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또 다른 (미보유) 한국영화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해연>은 <똘똘이의 모험>(1946), <민족의 새벽>(1947), <그들의 행복>(1947)에 이은 이규환 감독의 해방 후 네 번째 연출작이다. 영상자료원에는 그의 1974년 작 <남사당>만 보존되어 있으니 그의 초기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영화천국>이 발행되는 시점에는 <해연>의 언론 공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영화가 발굴될 때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듯, 한국영화사는 하나씩 더 채워져 갈 것이며 이를 위해 영상자료원은 더 많은 인내심과 끈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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