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디자인을 만나다

by.최지웅(영화포스터 디자이너) 2014-10-14조회 1,088
1000만 관객 시대를 여는 한국영화의 발전과 함께 영화 광고 디자인도 눈에 띄게 발전했다.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라는 명칭도 없이, 영화사나 극장 기획실의 도안사들이 일일이 스틸 사진을 가위로 오려 붙이며 수작업으로 하던 시기를 벗어나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이 업계에 들어오게 됐다. 이후 영화의 홍보,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포스터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회사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빼곡한 선전 문구로 가득했던 광고물과는 달리 1990년대에 들어서 영화 포스터는 세련된 디자인과 트렌드를 이끄는 하나의 영역이 됐다. 1980~90년대 미적 완성와 더불어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던 한국영화 광고물을 소개한다.

01.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 포스터
색감, 사진, 레이아웃, 타이틀 캘리그라피의 완성도가 높고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1980년대 명작 포스터 중 하나. 배우들의 얼굴을 크게 보여주는 현재의 영화 포스터보다 훨씬 훌륭하다.

02. < 비오는 날 수채화>(1989) / 포스터
당시 영화 잡지들은 주로 할리우드 영화 포스터를 독자 선물로 주곤 했는데,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로드쇼>(1989년 9월호) 부록으로 제공됐다.

03. <사의 찬미>(1991) / 포스터
빈티지한 윤심덕의 포트레이트 사진과 장식적인 로고 디자인이 아름다운 포스터.
포스터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얼마나 갖게 만드는지 처음 느끼게 된 영화.

04. <삼공일 삼공이>(1995) / 전단
배우들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파격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시리즈의 전단 디자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CF 감독이기도 한 백종렬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05. <러브 러브>(1997) / 전단
1990년대 후반에 유행하던 스타일인 화면을 가득 메운 타이포그래피와 사진의 조화가 감각적이다. <삼공일 삼공이>의 시나리오를 쓴 이서군 감독의 데뷔작.

06. <바이준>(1998) / 무가지
1990년대 후반, 유행처럼 쏟아져 나온 공짜 잡지 ‘무가지’를 표방한 광고물.
당시 압구정동 일대에 배포돼 패션 광고 같은 사진과 감각적인 편집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07. <나쁜영화>(1997) / 전단
촌스럽고 조악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내세운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패션 브랜드 ‘쌈지’ 광고와 함께 키치(Kitsch)라는 단어를 대중에게 알린 디자인이다.

08. <약속>(1998) / 엽서
<약속> 포스터는 최고 인기 상품 중 하나였다. 이즈음부터 한국영화 포스터가 영화 홍보 매체의 기능은 물론, 갖고 싶은 디자인 작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초기화면 설정

초기화면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