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03. 스크린에서 모니터까지, 영화를 관객 품안에 영화 제작 과정을 말하다: 영화 배급의 세계

by.김재민(N.E.W 배급팀장) 2013-11-08조회 4,795

영화 배급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제작사(수입사)와 극장의 중간자로서 영화의 개봉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책임지고 조정하는 역할과 그 과정이라고 하겠다. 구체적으로는 배급할 영화를 고르고, 개봉할 시기를 정하고, 상영할 스크린을 확보하고, 상영부금을 정산하는 등의 업무를 통해 한 편의 영화를 극장에 공급해 매출을 책임지는 것까지가 포함된다.

개봉 전 | 라인업 구성부터 발표까지

배급이라고 하면 누구나 단순히 영화를 보급하고 상영하는 단순한 과정을 떠올리겠지만, 영화 배급사들의 배급 전쟁은 영화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전부터 발 빠르게 시작된다. 가장 먼저 개봉의 출발점에 서는 것이 바로 ‘라인업’이다. 라인업이란 한 배급사가 시장에 배급할 영화들을 개봉일에 맞춰 정해놓은 것을 말하는데 이는 투자/배급사의 흥행 능력과 시장지배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각 영화의 개봉일을 제작과 마케팅 일정 그리고 경쟁 상황에 맞춰서 잘 정하는 것은 물론 영화별로 시기에 맞게 잘 구성한 라인업이 배급력을 대변하므로 라인업이 배급사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라인업이 결정되고 나면 배급사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영화의 배급권을 확보하는데 투자 여부에 따라 전액투자, 부분투자의 형태 혹은 단순히 배급만 하는 배급대행을 통해 배급권을 확보한다. ‘전액투자’는 투자/배급사가 제작비의 전액 또는 대부분을 영화 제작에 투자해 판권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극장 배급권뿐만 아니라 DVD, 방송 판권・해외 판권 등 해당 영화가 보유한 대부분의 판권을 가지게 된다. ‘부분투자’는 투자/배급사가 제작비의 일부분, 혹은 마케팅 비용의 전액 또는 부분을 투자하고 판권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경우 투자/배급사는 해당 영화에 대해 극장 배급권 외의 일부 판권만을 획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일부 판권을 사전에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급대행’은 영화제작사 또는 수입사가 자금을 다 확보하고 배급사의 유통망만을 이용하는 경우로 이러한 경우 투자/배급사는 유통에 대한 수수료만 취하게 된다.

라인업 구성이 완료되고 판권이 확보되면 배급사에서는 라인업을 미리 발표해 관객의 기대감을 높인다. 대부분 연간 라인업을 구성해 연초에 주로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개봉일을 일찌감치 공지하는 몇몇 대작을 제외하고는 수시로 라인업을 조정한다. 여름/겨울방학, 추석/설 명절, 어린이날/크리스마스 등 전통적으로 관객이 몰리는 날에는 한국영화나 외화 할 것 없이 대작들이 포진하는데 개봉일이 확정된 영화를 기준으로 영화들이 상영 날짜를 정하게 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관객이 빠지는 3~4월에 개봉한 영화 중에 깜작 흥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라인업이 관객의 기대감을 높이고, 본격적으로 영화 개봉 준비에 돌입하면 영화 선전 재료가 발송되기 시작한다. 선전 재료란 영화의 광고를 위해 제작된 선전물을 통칭하는데 배급 업무에 국한해서 설명하자면 극장에 보내는 광고물 즉, 포스터, 전단, 예고편 등을 말한다. 그 외에 대형 광고물인 스탠디나 대형 배너 그리고 각종 동영상을 보내고 극장 내외부의 배너와 동영상 광고 등을 예약하기도 한다.

이후 개봉 예정 영화의 개봉일이 확정되기 앞서 배급사에서는 극장과 타 배급사로 확정 라인업리스트를 발송하며, 이후 경쟁 상황 및 광고 스케줄을 고려해 개봉일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개봉일이 정해지면 선전 재료 배포 및 극장에 설치된 홍보물을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극장에 영화를 편성한다. 사전 기대치가 높아 극장에서 자발적으로 홍보물을 제작, 광고하는 영화를 제외하고는 개봉 전 일련의 홍보 과정을 통해 극장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게 된다.

대부분 영화 개봉 2주를 전후로 언론 배급 시사가 진행된다. 이때 극장 영업 담당자들은 상영 여부 및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해당 시사를 통해 배급 관계자들은 같은 개봉일 경쟁 영화의 흥행 여부를 나름의 잣대로 확인하고 배급 규모 및 배급 전략을 세우게 된다.

시사가 끝나고 극장들과 조율해 영화가 상영될 극장을 확보했다면, 상영이 확정된 영화관에 필름을 공급하는 과정이 남았다. 이전에는 상영을 위해 필름 프린트를 현상해 배송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영사를 위한 보안키라고 할 수 있는 KDM(Key Delivery Message)을 발급하는 것으로 극장별로 상영 준비가 마무리된다.

상영이 확정되어 상영관이 정해진 영화는 본격적으로 예매가 시작된다. 이때 사전 예매량이 많은 경우 영화의 잠재적 흥행성을 인정받아 상대적으로 좌석 수가 많은 상영관에 등록되거나 상영관이 추가되기도 한다. 또한 예매 수량에 따라 이전 개봉 영화의 예매량과 비교해 흥행 여부가 발 빠르게 판단된다. 언론 배급 시사 당시에는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관객들의 예매량이 급증하면서 상영관 규모가 확대되거나 반대의 경우로 인해 상영관 규모가 오히려 축소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예매가 오픈되면 예매 스코어 및 기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산출된 예상 관객수가 언론을 통해 예비 관객에게 전달된다. ‘흥행 가능성’ 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영화 홍보의 특성상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해당 영화의 개봉 후 광고 예산을 수정하게 되고, 또한 협력업체 등과 제휴해 예매 사은품을 예매 시점에 맞춰 주요극장에 배분하는 등의 업무를 통해 개봉 전 예매 독려를 하게 된다.

극장 개봉 | 배급사의 흥행 스코어는 이제부터

최근에는 영화 개봉과 동시에 극장통합전산망을 통해 사전 예매 및 실시간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어 배급사 역시 흥행 추이에 걸맞게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개 개봉일(대개 목요일) 오후 5시 이후가 되면 최종 흥행에 대한 구체적인 예상치가 나오는데 이날의 스코어를 기준으로 이후 배급 전략을 수정하게 된다.

영화 흥행 여부에 따라 배급사의 배급 전략도 달라진다. 자체 시뮬레이션에 의해 영화 흥행이 높게 예상되는 경우에는 광고가 취약했던 극장 위주로 홍보물을 재발송하고, 스크린 수를 늘리는 작업을 함으로써 관객 동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반면 예상보다 흥행에 대한 판단이 안 좋을 경우는 최대한 손실을 줄이는 쪽으로 대비하게 된다. 또한 마케팅팀과 연계해 정해진 예산을 상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노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영화 개봉은 길게는 30일, 짧게는 일주일 정도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배급사의 배급 전략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셈이다. 이렇듯 숨 가쁜 개봉기간이 지나고 나면 부금 정산의 순서가 남는다.

부금 정산 기간은 통상적으로 종영 후 45일이다. 배급사와 극장 간에 부금계산서 및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으며 정산이 이뤄지는데 멀티플렉스의 경우 본사를 통해 일괄 지급하게 된다. 배급팀에서는 부금 입금이 이루어지지 않는 극장에 대해 채권추심을 통해 투자 정산 일정에 맞출 수 있도록 채권 관리를 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멀티플렉스 체인이 대다수라 부금 문제 발생이 빈번하지는 않지만 간혹 멀티플렉스 위탁 사이트나 개인 극장들에서 종종 부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만약 보고 싶은 영화의 상영일을 놓쳤다면? 우연찮게 단매 상영의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단매 상영이란 개봉관 상영이 끝난 이후 DVD가 나오기 전까지의 기간에 백화점이나 구민회관, 어린이회관 등의 상영 시설을 대관해 이벤트 형식으로 상영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이러한 상영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가 배급사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대여해 진행하게 된다. 주로 애니메이션, 가족영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영화가 많이 상영되는데 부가판권 시장에서 VOD 시장이 커지면서(아래 참조) 줄어드는 추세다.

영화의 프리미엄 | 부가판권에서 대안 시장까지

영화 시장이 다시 커져감에 따라, 영화의 부가판권 시장도 눈부시게 도약하고 있다. 2012년까지의 부가판권 시장 규모는 2,158억 원으로(2012년 기준), 2009년 888억 원을 기록한 이래 매년 20% 이상의 고성장을 계속해왔다. 부가판권 시장의 비약적 성장은 단연 IPTV와 케이블TV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IPTV와 케이블 가입자가 약 1200만 가구에 이른다. 이에 따라 매출이 확장되고 있으며 또한 최근 한국영화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까지 견인하고 있어 향후 판권 시장에 대한 기대가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현재 부가판권이 전체 영화 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세계 영화 시장에 견주어보면 국내 부가판권 시장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외국의 경우, 영화관 수익이 전체 영화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40%인 데 비해 국내 영화시장은 85% 이상을 극장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 배급사에서도 극장 매출 외에 다양한 채널 기반으로 수익 모델을 검토하는 실정이다. 최근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을 때 IPTV, 디지털케이블, 모바일, 웹하드 및 각종 인터넷 VOD 사이트를 통해 영화 판권을 서비스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중에 다른 채널에도 판권이 서비스되므로 극장 동시 개봉임을 내세워 홍보하고, 기존 프리미엄 요금보다 단가가 높은 편당 1만 원의 금액에 서비스하는데 주로 2주 정도 진행한다. 초기에는 한국영화 위주로 진행되었으나 점차 극장 개봉과 동시에 서비스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층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정상 극장을 찾기 힘든 환경에 있는관객들이 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흥행이 아주 잘된 영화일수록 극명하게 판권 판매액이 늘어난다.

극장 동시 개봉 서비스가 종료되면 두 달 정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영화가 공급되는데 극장 동시 서비스가 가격을 더 지불하더라도 빨리 영화를 보고 싶은 유저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2주가량을 기다려서 좀 더 싼 가격(4000원)에 영화를 보려 하는 다수의 유저가 이 시기를 이용해 영화를 보게 된다. 판권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이 시기에 발생하는데 이후에도 플랫폼과 판권사는 협의를 거쳐 이용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면서 매출을 장려한다.

현재 부가판권 시장에서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은 IPTV, 디지털케이블, 웹하드이다. IPTV는 이동통신사 KT(olleh TV), SK(BTV), LG(U+TV) 3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케이블 시스템 사업자(SO)가 만든 디지털케이블 VOD, PPV 업체인 홈초이스가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불법 콘텐츠 문제가 계속 제기되지만 웹하드가 주요한 공급처가 되고 최근 들어서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매출이 활발히 늘어나는 추세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판권이 세분화 하고 있는데 스마트 TV를 통한 콘텐츠 공급이나 UHD TV 등의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판권의 공급처가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판권 서비스 외에도 DVD, 위성방송 판권, 케이블 판권, 지상파 판권, 항공 판권, 인트라넷 판권(숙박, PC방, 공공장소)을 통해 영화 판권을 판매하는데 이 중 케이블 판권, 지상파 판권, 항공 판권, 인트라넷 판권 등은 판권가를 한 번에 받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지상파 판권의 경우 예전에는 판권가가 높게 책정되었으나 판권 윈도가 늘어나고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다. 인트라넷 판권은 별도의 서버 혹은 영사 장치를 이용해 한정된 장소 즉 PC방, DVD방, 멀티방, 모텔과 호텔 등의 숙박시설, 단체 관람장 등에 제공하는 판권을 통칭한다.
부가판권 매출이 괄목할 만큼 성장하자 일각에서는 부가판권용 영화를 제작 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극장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한 영화가 부가판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내면서 근래 몇 년간 판권 수익을 겨냥한 영화가 제작 또는 수입되고 있다. 이는 극장에는 잘 가지 않지만 가정이나 다른 장소에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관객 층에 소구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서류 개봉만 하고 판권에서 수익을 보려는 일부 제작사와 수입사가 생겨나면서 극장에서는 부가 판권용 영화로 보이는 영화의 수급을 꺼리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다양성 영화의 흥행 성적이 떨어지는 상황과도 맞물려 흥행 위주의 영화 시장으로 변모하게끔 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극장에서의 흥행세가 판권 시장에서도 이어지는 추세라고 볼 때 흥행력과 적정 수준의 품질이 담보되는 콘텐츠가 공급된다면 극장에서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했으나 흥행 잠재력이 있는 영화는 판권 시장을 통해 제 몫의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극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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