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베를린영화제 3일째인 2월 12일 저녁 9시 30분, 임권택 감독 회고전 상영작 중 하나인 <춘향뎐> 상영에 앞서 필름팔라스트베를린 극장에서 임권택 감독은 아시아 영화인 가운데 처음으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임 감독이 세계 영화사의 거장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임권택 감독이 받은 명예황금곰상은 세계 영화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공로상이다. 영화제 측은 임 감독을 ‘한국영화의 뿌리’라고 언급하며 오랜 작품 활동으로 ‘영화 마이스터’로서 큰 업적을 이룬 임권택 감독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인이 수상하기는 임 감독이 처음이며,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사람은 알랭 들롱, 소피아 로렌, 더스틴 호프먼, 메릴 스트립 등 배우와 올리버 스톤, 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즈 감독 등 모두 쟁쟁한 영화인이다.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트로피는 순도 100% 황금으로 만들어졌고, 임권택 감독은 당시를 회고하며,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디터 코슬릭이 “경쟁 부문 수상작에 주는 황금곰상 트로피는 금으로 도금한 것이지만, 이것은 진짜 금”이라고 했다며, 베를린영화제 측은 트로피를 주면서 만약 팔려면 우리에게 되팔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한다. 그런 만큼 소중히 간직해줄 것을 당부했고 임권택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무거운 트로피가 든 가방을 안고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 “받고 나서 보니 너무 크고 무거워 진짜 금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소홀히 집에 두기 나도 부담스러워서 은행금고에 맡겨놓고 있었어. 나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지만, 그 상을 받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영화인이 참여해 같이 영화를 만든 것이니 나 혼자 놓고 즐기기는 그렇잖아. 확실한 영화박물관이 생기면 거기 기증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도리지.” 임권택 감독의 말처럼, 현재 황금빛의 트로피 원본은 감독님께 기증받아 한국영상자료원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존하고 있으며, 복제본은 한국영화박물관에 한국영화사의 자랑스러운 성과로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