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 신태라 감독의 <차형사>(2012)

by.권용숙(영화사연구소 객원연구원) 2013-03-21조회 4,411
차형사

좋은 영화 한 편에는 인생사의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 웃기고 슬프고 마음 아픈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는 것이 꿈인데, 한편으로 이런 서사는 일종의 모범답안 같은 규격을 갖추기 쉬운 모양인지, 흥행에 성공한 많은 코미디 영화가 이 규격을 따르고 있다. 특히나 전반부에는 웃기다가 후반부에 가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여지없이 관객을 울려야 작품으로서의 무게감도 동시에 갖춘 반듯한 상업영화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이런 규격에서 벗어나는 한국영화가 있다. 신태라 감독의 <차형사>(2012)가 그렇다. 이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완전 웃음 빵빵’과 ‘시답잖은 코미디’로 양분되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극장 관람 시 앞좌석 의자를 때리면서(물론, 앞좌석은 비어 있었다) 발을 구르며 박장대소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말하자면 나는 그런 ‘시답잖음’ ‘반듯하지 않음’이 맘에 들었는데, 거기에는 묘한 통쾌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뚱보 차형사가 잠복 수사를 위해 훈남 모델로 변신해 런웨이에 선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줄거리다. 그런 기시감에 맞게 영화는 이제껏 익숙하게 봐왔던 공식 같은 전개와 진부한 장면들을 빠뜨리지 않고 숙제를 해나가듯이 꼼꼼하게 거쳐가지만, ‘있어왔던, 있어야 할 장면들’을 착실하게 다 짚어가는 것 자체가 기존 상업영화에 대한 패러디가 된다. 그러고는 마치 ‘숙제 했으니까 인제 내 맘대로 놀 거야’라는 듯이 갈 때까지 거침없이 끝까지 가보는 코미디를 구사한다. 이렇게 눈치 안 보고 주저 없이 끝까지 달려가 보는 코미디는 쉽지 않고 흔치 않은데, 흥행에서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이 반갑다. 신태라 감독과 배우 강지환은 <7급 공무원>에 이어 좋은 콤비를 이루었고, 조연 배우들이 주연보다 더 웃기다. 코미디라는 상업 장르영화의 모범답안 경로에서 탈선해버리는 쾌감과 폭소!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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