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희, 그의 작품 들여다보기 시네마테크KOFA ‘한국영화아카데미 특별전’, <남매의 집>+<짐승의 끝> GV 현장

by.김유리(한국영상자료원 자료서비스부) 2012-11-01조회 1,387

지난 9월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한국영화아카데미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장편 과정으로 제작된 장편 16편, 해외합작 1편, 그리고 각 감독의 단편 17편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섹션 부문에 초청되어 상업영화에 첫발을 내디딘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 상영 후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를 소개한다.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은 모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불특정한 현상이나 대상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한다. <남매의 집>의 경우 오누이만 남겨진 반지하 집에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중편영화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아울러 <짐승의 끝>은 한 소녀가 아이를 낳으러 고향으로 향하게 되면서 난관에 봉착하는 내용의 장편영화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짐승의 끝> 백문수 촬영감독, ‘순영’ 역의 이민지, 그리고 조성희 감독이 참여했으며 진행은 영화평론가 신은실이 맡았다.

닮은 듯 다른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

두 편의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조성희 감독은 우울하고 음침한 영화들을 연이어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은 열었다. 어떻게 이러한 주제로 영화를 구상하고 연출하게 되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조성희 감독은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독립영화는 연출자의 개인적인 견해나 경험이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즉 나의 경험이나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이러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질문은 순영을 연기한 이민지에게 이어졌다. 두 영화의 공통점 중 하나는 캐릭터들이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일정한 연기 호흡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진행자는 순영의 캐릭터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촬영을 해나갔는지 물었다. 이민지는 “공감하지 못했고 오히려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 뒤 “애초에 감독님은 ‘멍청하고 바보 같은’ 순영의 캐릭터를 구상해놓았었기 때문에 나는 그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후반부에 점점 변해가는 순영에 대해서 조성희 감독은 “점점 한계상황에 부딪히며 나쁜 일도 하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데 이 때문에 도덕적인 행동들이 필요 없다 생각했고 그래서 순영도 시간에 지남에 따라 입체적으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해일의 연기에 대해서는 “특정한 연기를 요구하기보다는 시나리오를 보고 느껴지는 대로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애초에 생각했던 캐릭터는 위압적이고 강압적이었지만 박해일씨가 다양한 연기를 시도해주셔서 다양한 색깔을 가진 캐릭터가 나왔다”며 그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짐승의 끝> 촬영을 맡았던 백문수 촬영감독에게 촬영 당시 소회를 물었다. 백문수 감독은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겨울이었고 촬영 장소가 벌판이나 산이어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같이 일했던 촬영 스태프들이 그 때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린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시나리오에서 전기가 모두 끊어진 설정에 대해 “인공적인 조명을 쓸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자연광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해질 녘, 혹은 해 뜰 때에는 촬영감독 입장에서 재촉해야만 했다.”고 설명하며 마지막 순영이 노래를 부르면서 차츰 해가 지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촬영한 것에 대해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정이었으나 의외로 관객분들이 이 장면을 좋아해 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도덕적 신념의 해체

이어서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조성희 감독은 <남매의 집>에서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는 오빠가 동생을 침입자들에게 넘기는 장면을 통해 자신의 도덕적 신념에 관해 우회적으로 표현했다.“<짐승의 끝>에서 순영이 힘들게 낳는 아기를 신(박해일)이라는 존재가 데려간다. 의도가 무엇이었는가?"라는 관객의 질문에 조 감독은 이 이야기는 좋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운을 띄운 뒤, 신성시되는 절대자 또는 도덕적 신념을 해체하고 싶었고 예를 들어 이집트 신화나 성경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신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그 신들의 마음이 좋은 마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야기를 위한 장치

<남매의 집>에서 여동생이 한복을 입은 것과 마지막에 차에 자리가 없어서 돌아온 것에 대한 의도를 묻는 질문에 조성희 감독은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라는 대답과 함께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이 꼭 필요하고 이유가 있다기보단 이야기에 대한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만들 때에는 여러 가지 작전을 짜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상상력을 펼치면 안 되지만 무엇을 보여줄 수 있고 무엇이 자신 있을까 하는 복합적인 생각과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런 설정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GV를 마치며 신은실 평론가는 세 사람에게 정리의 말을 부탁했다. 조성희 감독은 “앞으로 제작할 영화들이나 곧 개봉하는 <늑대소년>은 음침하거나 무거운 주제가 아닐 것이다.”라며 <늑대소년>에 대해 짧게 소개했다. 백문수 촬영감독은 “케이블에서나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는데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지 씨는 “<애드벌룬>이란 영화로 여러 영화제를 1년간 다니다가 앞으로는 <초대>라는 단편영화로 여러 영화제에 다닐 것 같다.”며 “다른 단편영화작업도 하고 있으니 관객 분들과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만남을 기대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특별전과 관련한 모든 부대행사는 시네마테크KOFA 홈페이지(http://www.koreafilm.or.kr/cinema)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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