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영화제와 칸 영화제가 1981년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감독 중의 하나가 한국의 이두용 감독이다. 한국영화의 수준을 최초로 세계에 널리 알린 영화가 1981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ISDAP PRIZE)을 수상한 이두용 감독의 <피막>이고, 1984년 칸 영화제에 출품해세계 영화인을 깜작 놀라게 한 <물레야 물레야>(Un Certain Regard 선정)이다. “형식과 내용의 완벽한 조화를 모든 예술은추구하지만 언제나 그런 추구가 훌륭하게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두용 영화는 형식과 내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 당시의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때 마침 나는 파리에 체류 중이었고 이두용 영화에 쏟아진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두용이 영화 제작 초기에 액션영화에 몰두한 동기를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그는 액션영화의 산업적 측면이 갖는 고부가가치를 일찍부터 꿰뚫고 있었으며 한국영화의 세계화 가능성을 한국형 액션영화의 재창조에서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두용의 끈질긴 시도와 노력은 한국의 척박한 영화 현실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이후 이두용은 이두용 영화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궤도 수정을 시도한다.1979년 연출작 <최후의 증인>이 바로 그것인데, 6・25전쟁을 정면으로 고발한 작품이다.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으로 회자된 이 영화는 오리지널 초판필름이 40%를 삭제당하는 비운을 겪는다. 그 당시 많은 역량 있는 영화작가들은 군사정부와 타협하든지,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서는 작가로서 생존이불가능했다. 다시 한 번 좌절을 경험한 이두용은 자기 영화의 진로를 다시금 수정한다. 그것은 본격적 작가주의 영화로의 전환이며 한국적 미학의 세계화 작업이었다. 지금까지 서양 또는 서양 문명은 동양에 견주어 우월한 것으로 막연히 인식되어왔다. 한국영화에 대한 편견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막>과 <물레야 물레야>는 영화 후진국으로 홀대받던 한국영화에 대한 서구의 편견을 극복하고한국적 가치와 한국적 미의 재발견이라는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다. 특히 이두용 영화의 독창적인 ‘선과 색조’의 대비는 서구 영화인들로부터 찬탄을 받은바 있다. 이두용은 색채는 과학에 근거한 감성이고 인간 심리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임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그가 현장에서 조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두용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두용 영화의 미장센에 주목해야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두용의 창조적 영화작업은 해외에서 인정받아 2005년 프랑스의 부줄 (Vesoul)영화제에서 ‘이두용 감독 특별전’이 열렸고, ‘예술공로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두용은 지금까지 6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고, 장르에 구애됨 없이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 이두용 영화에 관심이 있는 세계 영화인들은, 10여 년 넘게 준비하고있는 이두용의 신작 영화 <월광무(月狂舞)>를 주목하고 있으며 하루빨리 완성되어 세상에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두용의 새로운영화 <월광무>가 한국영화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