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은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의 일생을 다룬 영화로, <장군의 아들> (1990)로 흥행 기록을 세운 임권택 감독이 <장군의 아들 2>(1991)를 제작하기 전 만든 작품이다. 당시 <씨받이>(1986)가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강수연)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이 탄력을 받았고, 임권택 감독은 <개벽>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 고유의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해외영화제에 진출하고자, <씨받이>를 작업했던 김진문 프로듀서와 함께 야심 차게 출발한다. 임권택 감독은 <개벽>의 원작 시나리오를 쓴 도올 김용옥의 도움을 받아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구성했고, 동학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역사적 고증과 해월 최시영에 대한 자문을 천교도 측의 표영삼에게 받았다. 표영삼은 평생 해월 최시형을 연구한 전문가로 이후 최시영에 대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개벽>은 2시간 26분 버전과 2시간 14분 버전이 있는데, 1991년 제작해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한 것이 긴 버전이다. 당시 해외영화제는 관례적으로 2시간이 넘는 영화를 기피했고, 국내 극장 역시 긴 영화를 상영할 경우 상영 횟수가 줄어드는 부담이 있음을 감안해 임권택 감독은 이 영화를 짧은 버전으로 재편집해 개봉했다.
<개벽>은 비교적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영화였고, 임권택 감독이 본인의 작가적 역량을 쏟아 부은 작품임에도 개봉 당시 관객과 평단의 외면을 받았고, 해외영화제 진출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개벽>은 작품의 완성도에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씨받이>나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에 뒤지지 않으며, 임권택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차지하는 의미 역시 각별하다. 영상자료원이 이번에 복원한 작품은 임권택 감독이 처음 만들었던 긴 버전이다. 이번 기획전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 영화로의 초대’를 통해 임권택 감독의 작가적 역량이 깊게 투여된 <개벽>의 진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