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손님들>은 김수용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테크니스코프로 촬영된 작품인데, 이 테크니스코프 사이즈란 것 자체가 1970년대 한국영화계의 비참한 물적 조건을 드러낸다. 필름을 반으로 잘라 양 사이즈를 늘리고 테크니스코프라 불렀던 그 궁여지책의 옹색함 속에서 영화의 미적 스타일을 추출해보려는 건 부질없는 짓일 따름이다. 김수용 감독의 작품만 그런 것이 아니지만 <일요일의 손님들>은 <안개> <사격장의 아이들> <갯마을> 등 60년대에 김수용이 이룬 작품 완성도에 견주면 이 한국적 모던 시네마의 개척파 감독의 영화치곤 스타일이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진 않는다. 대신 보다 관념적이고 무거운 주제로 침잠하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데 여자들을 사냥하다시피 하는 한 남자 조각가와 우연히 알게 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여기자의 내면과 그녀 주변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책에서 발췌한 듯한 문어체 대사들이 문학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영화에는 현실적 실감이 부족하다. 그보다는 영화라는 매체로 인간의 실존적 관념을 담아내려는 김수용의 주제의식이 화면 전체에 굵게 투사된다. 이는 김수용의 전체 필모그라피에서 종종 발견되는 소재이기도 한데 <시발점>이나 <웃음소리>와 같은 영화와 궤를같이 한다. 남성적 관점에서 서술된 한계가 명확하지만 기성도덕의 경계 안에서 바라볼 수 없는 남자 주인공의 일탈을 판단을 유보한 채 묘사하고 그런 남성의 탈도덕적인 여성관계에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여성 주인공의 모순된 심리를 담아내려는 감독의 입장에는, 당대의 한국사회의 도덕적 필터와는 다른 각도에서 인물의 심리와 행동양식을 미시적으로 고찰하는 담대함이 읽힌다. 이것은 또한 김수용의1970년대 대표작 중 하나인 <야행>과도 맥락이 닿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성공과 실패를 오가면서 김수용은 통속한 사건과 스토리 위주의 당대의 한국영화 경향보다는 대담한 윤리관과 의식의 흐름을 동시에 화면에 포착하려는 야심을 늘 지니고 있었던 감독이었다. 여기 이번에 복원된 <일요일의 손님들>이 그 증거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