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0월, 1980~90년대 한국영화 스틸사진을 수집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때마침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혹시나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화감독들에게도 영상자료원에 기증할 만한 물건들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몇몇 감독과의 만남을 출장일정에 포함했다. 그리고 어렵게 홍상수 감독과 연락이 닿아 해운대 그랜드호텔 로비로 찾아갔다. 우리는 홍상수 감독, 그리고 동석한 김초희 프로듀서에게 홍상수 감독의 자필 메모나 영화에 사용했던 의상, 소품 혹은 애장품이 있다면 영상자료원이 아카이빙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혹시나 부담을 가질까봐 그 자리에서 확답을 듣진 않고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3월 28일, 홍상수 감독과 김초희 프로듀서는 <극장전>(2005), <해변의 여인>(2006),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하하하>(2010) 그리고 <옥희의 영화>(2010)에서 출연했던 배우들이 입었던 의상과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소품 등을 한아름 기증해주었다. 이 소품들은 올 하반기 한국영화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