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차를 맞은 한국영상자료원의 고전영화 컬렉션 DVD는 시장 상황에 맞지 않게,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다고 자부하고 있다. 마니아들로부터 칭찬 받을 때가 많은 패키지 디자인에, 국·영문 소책자가 늘 포함되며, 자막도 전문 번역가의 작업 후에 외국인 감수를 거친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젊은 감독들과 비평가들이 참가하는 코멘터리 프로젝트다. DVD 코멘터리란 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전문가가 음성 해설을 녹음해, 영화를 볼 때 같이 들을 수 있도록 수록하는 것을 말한다. 2008년 김기영 컬렉션에 이어 이번 이만희 컬렉션에도 한국 최고의 감독과 비평가들이 참가했다.
지난 5월 13일 녹음한 첫 번째 코멘터리는 전쟁영화의 걸작 <돌아오지 않는 해병>으로, 장르영화에 대한 식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2인, <타짜>(2006), <전우치>(2009)의 최동훈 감독과 <씨네21>의 주성철 기자가 만났다. 보통 자료원 DVD 코멘터리는 할 말이 떨어지면 서로 보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방비책에서 감독 1인, 평론가 1인으로 짝을 맞춰 진행한다. 하지만 매번 기우로 밝혀진다. 막상 코멘터리를 시작하면 감독과 평론가라는 두 직업군 특유의 긴장감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돌아오지 않는 해병> 녹음에서도 ‘나는 이만희 감독에 대한 이런 얘기도 알고 있다’며 ‘배틀’하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담당자는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코멘터리 프로젝트에 처음 참가한 최동훈 감독은 놀라운 영화 감식안 을 과시해, 과연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은 다르구나 하는 탄식을 하게 만들었다.
이번 코멘터리 프로젝트의 다른 참가자들을 소개하자면, <검은 머리>는 박찬욱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가, <암살자>는 오승욱 감독과 주성철 기자가, <휴일>은 정성일 평론가가 맡았다. <휴일>은 왜 감독이 없는 거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다. 정성일 씨는 평론가 겸 감독이라는 대답을 드린다. 8월에 출시할 예 정이다. 조금만 참으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