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는 열여덟 살 청춘의 풍경 5월 독립영화 아카이브 <회오리바람> GV 현장

by.「영화천국」 편집팀 2010-07-08조회 1,099
회오리바람 GV 현장

장건재 감독의 <회오리바람>은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열 여덟 살 청춘을 그린 영화다. 고2 겨울방학, 태훈과 미정은 사귄 지 100일 기념으로 동해바다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마친 뒤에 남은 건 부모님들의 입시 전 교제금지령. 부모님은 교제뿐 아니라 만남 자체도 금하는 각서를 쓰게 한다. 그 후 미정은 만남을 피하고 태훈은 그런 미정 곁을 맴돌지만 결국 각자 열 아홉 살을 맞이한다.

<회오리바람>의 장건재 감독은 <학교 다녀왔습니다>(1998)를 시작으로 <진혼곡 Triangle Stories>(2000) <하드보일드 초콜릿 스타일>(2002) <꿈 속에서>(2007)등 독립영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회오리바람>은 그의 첫 장편 영화로 제28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2009, 캐나다)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관객과의 대화는 초기 제작 단계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장 감독은 애초에 예산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뜻하지 않은 지원을 받게 되면서 전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작업에 함께 참여한 배우는 태훈 역의 서준영, 미정 역의 이민지, 태훈 모 역의 한나, 미정 모 역의 최현숙 등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태훈 역의 서준영은  “스무 살에 겪었던 첫사랑의 아픔을 떠올렸 다”며 태훈의 감정에 일부분 공감했음을 밝혔다. 미정 역의 이민지는 “여태까지는 맡은  배역을 통해 이미 경험한 것이나 앞으로 경험 하게 될 것을 중심으로 작품을 봐왔다면 이  작품에선 미정보다는 태훈의 감정을 중심으로 다가갔다”고 했다.

영화는 열아홉 살 봄을 맞이한 태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열여덟 살 겨울, 태훈과  미정이 바다여행을 다녀온 3개월 후를 보여 주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실에서  둘의 여행은 회상을 통해 틈틈이 나타난다.  끝으로 열아홉 살이 된 미정이 나오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처럼 <회오리바람>은 살짝 비틀어진 시간 구조로 구성되어 있 다. 특히 각자 열아홉을 맞은 태훈과 미정이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 관객이 마지막 체대입시 장면에서 태훈이 아 닌 미정이 등장해 다소 의아했다고 말하자 장 감독은 “사실 에필로그에 태훈 이 오토바이를 타고 주유하는 첫 장면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장면을 제 일 앞에 배치하고 미정의 현재를 마지막에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태훈의 현재를 받아서 미정의 현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장 감독은 10대 시절 공부보다는 연애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 수업은 밥 먹듯  빠지고 아르바이트에 정신이 팔려 중국집 주방보조까지 해봤다. <회오리바람> 은 감독의 이러한 10대 시절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다. 특히 중국집 일에  관해서는 전문가다. 이에 따른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극 중 태훈은 아르 바이트로 중국집 배달일을 한다. 감독은 태훈이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포장하는 장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서준영은 “포장하는 것을 십수 번 연습했다.  촬영에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2초만 더 빨리, 0.3초만 더 빨리 해보자’고 했 다”며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아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회오리바람>은 일상에서 흔히 있을법한 청춘의 방황과 사랑을 보여주는 청 춘 영화이면서 방황하는 열여덟 살 소년의 성장영화다. 그래서 태훈과 미정 또래인 10대들에게 권할 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태훈 모 역의 한나는 10대 자녀를 둔 부모 세대에게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단다. “부모님들이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나 의 10대에도 분명히 태훈과 미정의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태훈을 이해하게 됐고  태훈을 보며 마음이 아팠듯이 다른 부모님들 도 그러시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미정 모 역 의 최현숙도 “영화를 찍으면서 부모 또는 어른이 10대들의 감정을 가볍게 생각하고 억제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프랑소와 트뤼포의 <쥴앤짐>에 ‘인생의 소용돌이(Le tourbillion de la vie)’라는 노래가  나온다.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이 노래 가사 에서 따왔다. “이 영화는 고요한 이야기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태풍 같은 사건과 감정이  담겨 있다”고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감독과 배우들은 이 작품을 통해 회오리바람이 인  것 같은 큰 변화를 경험했다. 특히 서준영은  “<회오리바람>은 여러모로 나에게 새로운 경 험을 하게 해줬다. 첫키스도 해보았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영화제도 가봤다. 그리고 또 처음으로 베드신이란 걸 찍어봤 다. 찍으면서 애를 많이 먹었지만 이 모든 경 험을 통해 한층 성장한 것 같다. <회오리바람>  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술회했다. 관객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세심한 답변들로 가득찬 GV 현장은 90분이란 시간이 무 색할 정도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마지막으 로 장 감독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땐 오 로지 영화가 중요했다. 요즘에야 비로소 영 화와 내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단 생각이 든 다. 앞으로 그러한 점이 잘 반영된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덧붙혀 “아직 독립영 화에 대해 논할 입장은 못되지만 요즘 독립 영화계가 많이 어렵다. 이럴수록 포기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로 마무리하며 관객과의 대화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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