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테드 코넌트(Ted Conant)가 한국 관련 소장품의 일부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에 기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자료수집을 위한 조사를 시작하며 테드 코넌트와 8년간 함께 생활했다는 이형표 감독님의 이야기로만 들어왔던 그가 어떤 자료를 소장해왔는지 사뭇 궁금했다.
1950년 12월 유엔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 조직적인 원조를 하기 위해 국제연합한국재건단(운크라, UNKRA, 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을 파견한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테드 코넌트는 운크라 제작 계몽영화 <고집>의 녹음기사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고, 한국과 격동하는 역사의 현장에 매료되었다. 9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운크라가 제작하는 교육·기록영화뿐 아니라 이형표 감독과 함께 미국 NBC 등에 뉴스릴을 제공했고, UN Radio와 TV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로버트 플래허티(Robert J. Flaherty)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한 그는 개인 작업을 통해 <Children in Crisis>, <Korean Perspective>, <Korean Artist>, <Korean Fantasy>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 베를린국제영화제, 에든버러 영화제, 마닐라 영화제 등에 초청되기도 했다.
테드 코넌트의 이름은 한국영화인들의 1950년대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한 구술에서도 간혹 등장한다. ‘운크라 관련 일거리를 주기도 하고 제작 현장에서 친절했던 녹음기사’로 회고되는 그는 1955년 운크라에서 10만 달러를 원조해 공보처 영화과에 RCA마그네틱레코더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장비의 선택과 세팅을 위한 컨설팅 등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장비를 가지고 처음 녹음한 작품이 바로 <불사조의 언덕>(전창근, 1955)이다.
테드 코넌트는 한국에서 제작한 자신의 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소장해온 운크라?미홍보원(USIS)?공보처에서 제작한 영상자료, 운크라 제작영화 관련 서류와 사진 등의 사본을 자료원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는 1950년대 6?25전쟁의 폐허기에서 1960년대의 ‘중흥기’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사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테드 코넌트는 한국을 떠난 후 BBC, PBS, CBS, National Film Board Canada 등에서 일했고, 뉴욕대,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영화·방송 기술 및 다큐멘터리 연출을 가르쳤다. 또한 영국 템스TV의 6?25전쟁 다큐멘터리 <The Unknown War>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1926년생인 그는 현재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일본미술 평론가 엘렌 코넌트(Ellen P. Conant, 사진)와 함께 미국 뉴햄프셔와 보스턴을 오가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