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쉬리>가 전국 관객 600만명을 동원했을 때 영화계 안팎에서는 향후 몇 년간은 좀처럼 재현되지 못할 이변이라 입을 모았다. 하지만 <쉬리>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00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가 전국 580여만 명을 기록하며 그 아성에 도전했고, 2001년에는 <친구>가 일종의 신드롬 속에 전국 800만 이상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한국영화는 멀티플렉스의 확산 속에 급속하게 늘어난 스크린 수, 새로운 영화를 위한 영화인들의 다양한 시도와 관객들의 요구 등이 조응하며 가히 ‘흥행 폭발’이라 부를 만한 흥행의 신세기를 이루어왔다. 2003년 충무로의 흥행사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를 시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해운대>(2009)로 이어지는 이른바 ‘천만 관객 시대’는 이러한 흥행신화를 뒷받침하는 가시적인 수치라 할 것이다. 역대 흥행 50위 중 <쉬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2000년 이후 작품이라는 점 역시 지난 10년간 양적, 질적으로 팽창해온 한국영화의 시간을 방증한다. 물론 그 화려한 이름 뒤에는 제대로 된 상영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허망하게 사라져간 영화들이나 점점 더 열악해지는 제작여건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10년, 한국영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왔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계속될 것이다. ‘천만 관객’이 그저 공허한 숫자놀음이나 신화로만 남지 않을 다음 10년을 기약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