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의 음악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서였고, 그의 음악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된 것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였다. 특히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피아노로 시작되는 메인테마 음악은 공포영화의 음악이고 뭐를 떠나 너무나 아름다워 당시 모 PC통신의 광고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예고편에 흐르는 음악만으로도 감성이 충만해 본편보다 더 슬픈 예고편을 만들어낸 <선물>(2001)의 ‘Last Present’나, 현대 한국 영화음악 사상 가장 빼어난 곡 중 하나라 생각하는 <봄날은 간다>(2001)의 ‘One Fine Spring Day’ 는 영화음악 팬들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을 음악이다. 최민식을 다시 조용한 남자로 돌아오게 만든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2004)의 트럼펫 연주는 가슴을 울리고, 그의 음악답지 않게 일렉트릭 기타가 들어왔음에도 여전히 그다운 이상한 음악, <가족의 탄생>(2006)의 메인테마 역시 다시 한 번 상기할 만하다. 그러고보면 조성우의 음악은 한국 영화음악에도 오리지널 스코어라는 것이 있음을 알려준 동시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만의 음악적 걸음걸이가 있다. 때로는 너무 순하고 부드러워 하염없이 단것만 먹었을 때 느끼는 물림이 있지만 그럼에도 순도 높은 달콤함의 매혹이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자, 위에 열거한 모든 음악이 한 장의 앨범 <조성우 베스트 오브 시네마 뮤직>에 들어있다. 이 영화 저 영화 주제곡들을 짜깁기해서 만들어낸 컴필레이션 영화음악 앨범은 아주 싫어하지만 기획만 잘 되어있다면야 (거의 20여 년 전 믿지 못할 정도로 마이너하나 근사한 오리지널 스코어들만 모아놓은 컴필레이션 앨범이 있었다. 물론 앨범이야 망했겠지만…이 자리에서 뜬금없이 당시 기획자에게 경배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알고보면 조성우의 학력에는 음악과 관련한 것이 없다. 철학으로 일관했고 현재도 연세대에서 철학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런 그가 꾸준한 음악적 관심과 활동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음악가가 되었고, 현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 되었다. 살짝 짜증은 나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냥 그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