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영이 끝나고 오늘 진행을 맡은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영각 씨가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과 여주인공을 맡았던 김꽃비를 무대로 불러 올렸다.
먼저 <똥파리> 개봉 이후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양 감독에게 물었다. 크게 웃고는, 10년 동안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부자가 된 한 해라고 했다. 아이처럼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옆 자리의 김꽃비가 그를 만난 첫인상을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는 거칠고 험한데 처음 만났을 때 이미지는 정반대였다고 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늦었다며 야구모자 쓰고 수줍어하며 나타난 그를 보고 감독 같지 않아서 ‘이 사람이 영화를 어떻게 찍지’ 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꽃비에게 계속해서 <똥파리>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순수한 느낌의 연기를 해오던 그녀에게 연희는 상당히 거친 캐릭터가 분명해서 출연을 망설였을 법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는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사람들의 평처럼 센 영화라는 인상을 못 받았다고 했다. 보통 봐온 영화에 비해 조금 더 폭력적이거나 욕이 좀 많은 정도로 느껴졌는데 영화로 나오고 나서 보니까 좀 센 것 같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김꽃비가 <똥파리>와 만난 것이 인연이지 싶었다. 영화와 연기에 대한 생각, 넓게는 인생관도 잘 맞았다는 양익준 감독과도.
양익준 감독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배우를 하면서 느꼈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자신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종종 장면이나 배역을 해석하는 데 있어 감독과 배우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대부분 배우는 감독의 의견에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감정선이 바뀌면 배우는 작품에서 많은 아쉬움을 갖게 된다.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에서 자신이 직접 출연하여 그동안 쌓인 에너지를 방출했고, 배우들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게 되었다. 그는 따로 대본 연습을 하지 않는다. 또 연기 지도도 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느끼는 것을 스스로 표현하도록 이끈다. 김꽃비는 다시 이런 감독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며, 양 감독을 배우를 다루는 데 탁월한 소질이 있는 감독이라고 했다.
양익준 감독은 독립영화계의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닌가 싶다. <똥파리>에서 그는 감독과 주연만 한 것이다 아니다. <똥파리>가 관객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상당히 험난했다. 그 과정에서는 양 감독은 제작비를 모으는 일부터 이런저런 스태프 역까지 해냈다. <똥파리>는 총 50차 촬영을 진행했는데, 35회 차를 찍었을 때 스태프를 다 내보냈다. 돈이 부족해서…… 떡볶이를 서로에게 양보하며 함께해준 이들과 양 감독은 몇 사람 분량의 일을 처리하며 후반 부분을 진행했다. 손 안에 30만원만 생기면 다음 날 촬영을 하러 갔다. 양 감독은 스스로 <똥파리>는 시스템 상으로는 실패한 영화라고 했다. 하지만 촬영현장은 세계 최고였다고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관객과 만난 <똥파리>는 단순한 폭력영화가 아니었다. 그 안에서 관객은 가족과 사회가 던진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아픈 영혼들을 만날 수 있다.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양익준 감독은 힘들게 사는 사람의 비율보다 건강하게 사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아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의 엔딩은 마침표가 아니라며 연희와 영제는 상훈을 가슴에 담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가며 살 것이고 영화를 넘어 약간의 미래를 인지하며 사는 것, 영화를 보고 나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서 ‘똥파리는 과연 누구인가?’ 라는 관객의 물음에 양 감독은 ‘뭔가 추잡하고 더러운, 우리와 어울리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을 ‘똥파리’라고 하는데, 막상 그들의 생활과 접해보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바운더리’ 밖의 사람을 ‘똥파리’로 치부해버린다. 하지만 똥파리는 우리였을 것이다. 우리가 예전부터 봐왔던 아픈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나만 아픈 것이 아닌가? 나만 힘든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며 관객들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상훈도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도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