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일 감독의 1941년 작 <반도의 봄>은 극중 반도영화사 동인들의 영화 <춘향전> 제작 과정을 담은 영화다. 특히 당대 영화계의 자기 반영적인 모습을 투영한 ‘영화에 대한 영화’로, 1930년대 후반 영화기업화 논의가 한창이던 조선 영화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흥미롭다. 사진은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화사 공금에 손을 댄 영일(김일해)이 우여곡절 끝에 <춘향전> 상영장에 모습을 드러낸 장면. 극중 <춘향전>의 성공과 영화기업화에 따른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조선인들의 우울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