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10월 10일 토요일 저녁황금의 시간에 파라다이스호텔에서는 두 건의 큰 파티가 열렸다. 하나는 지금 얘기하려는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과 ‘French Night’(이것도 한국말로 하면 프랑스인의 밤쯤 되겠다) 이었다.
한국영상자료원과 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영화 회고전’ 섹션은 올해 크게 하길종, 유현목, 그리고 복원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다. 하길종 감독은 1972년 파격적인 영상의 <화분>으로 데뷔하여 <바보들의 행진>부터 <병태와 영자>까지 청년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감독이다. 올해로 사후 30주기를 맞는 하길종 감독은 이미 자료원에서 영화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및 시네마테크KOFA 기획전으로 소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가장 70년대스러운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부산에 모인 사람들의 풍경을 글로써나마 간단하게 전하고자 한다.
파라다이스호텔 다이아몬드홀,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서 낯익은 얼굴의 한국영화계 인사들이 파티장으로 속속 입장했다.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 원장부터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임권택 감독님,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 장미희, 이화시, 하재영 씨 등등, 앗! 문소리 씨와 장준환 감독도 눈에 띈다. 샴페인을 한 잔씩 손에 들고 서로 안부를 묻느라 바빴다. 곧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장내 정숙을 요청하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하길종 감독의 독자인 하지현 선생의 소개가 있고, 아버지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는 축사가 이어졌다.
다음으로 한국영상자료원 이병훈 원장이 자료원과 부산영화제가 공동으로 발간한 하길종 전집을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규모면에서 이전과 확연히 다른 하길종 전집(3권)이 발간되었다. 하길종 감독이 직접 집필한 시집 <태를 위한 과거분사>와 수필집 <백마 타고 온 또또>, 하길종 감독의 작품세계를 다룬 비평집 <사회적영상과 반사회적 영상> 그리고 <자료편, 스크립트 서한 기사>로 구성되었다. 이어서 파티의 주최인 에르메스사에서 처음 고안했다는 디렉터스 체어의 전달 행사가 열렸다. 하지현 선생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하길종 감독의 지인들이 차례로 의자에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촬영을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야외 가든으로 옮겨 와인과 음식을 즐겼다.
해변가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안에서 무얼하나 관심있게 쳐다보았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하길종 감독을 추억하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