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 내 애도 귀여웠을까?
아내 : 쓸데없는 소리야.
하녀 : 내 애는 죽건 말건 자기애만 귀엽단 말이군요.
아내 : 미친 소리.
하녀 : 미친 게 아니라 내가 바보예요. 왜 내 애만 죽여요? 이 집 남자는 애를 배게 하고 이 집 여자는 애를 떼게 하고. 내 몸은 장난감처럼 뭘 해도 좋아요? 아버지가 같으면 마땅히 애들도 살면 같이 살고 죽으면 같이 죽어야지.
몸도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진 하녀가 동식 부부의 갓난아기 침대로 다가와 앉는다. 전경의 아내에서 후경의 하녀로 focus play가 진행되며 차분히 대사를 주고받다, 이어 감정에 복받친 하녀가 일어나며 대사를 내뱉는다. “이 집 남자는 애를 배게 하고 이 집 여자는 애를 떼게 하고”, 묘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이 대사는 삿대질하는 동작과 합일하며, 관객을 감정적 임계점으로 몰아간다.
김기영 감독이 일일이 가다듬었을 이 같은 대사와 몸동작들은 그가 공들여 직조한 조명, 카메라 움직임과 맞물려 완벽한 영화적 세계를 구축한다. 바로 <하녀>를 걸작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