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단편 소설 <익명의 섬>을 영화화한 임권택 감독의 1982년 작. 임권택 감독이 열이틀 만에 완성했다는 <안개마을>은 익명성이 통하지 않는 집성촌을 배경으로 인간의 은밀한 본성과 욕망을 파헤쳐간다. 이 장면은 극중 시골로 발령받은 여교사 수옥(정윤희)과 마을 어느 곳에서나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묘령의 남자 깨철(안성기)의 모습. 배우 정윤희의 불안감과 안성기의 섬뜩함이 인상적인 대비를 이루며, 억압된 성과 욕망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