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2008년까지 한국영상자료원이 고전영화DVD를 출시한 편수가 27편이다. 새삼스럽게 놀라게 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애초 우리가 사업을 시작할 때는 “자료원이 이런 사업을 해도될까?” 하는 심정으로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던 까닭이다. 그 후 많은 분의 성원에 힘입어(!) 사업은 번창일로, 한 해에 10편을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올해 특히 고민이 되는 것은 <발굴된 과거> 시리즈다. 워낙에 호응이 좋은 시리즈였는데, 밑천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박스세트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고, 자료원이 2006년에 발굴한 <병정님>(박기채 , 1944)과 보유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와 문화영화 중 러시아 영상자료 원인 고스필모폰드를 통해 수집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각각 시리즈 3과 4로 내놓을 예정이다. <병정님>에는 어쩌면 깜짝 놀랄 서플이 포함될지도 모르겠다. 꾸준한 발굴 작업을 통해 이후에도 지속적인 시리즈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1/2월호를 통해 이미 밝혔던 것처럼 올해 감독 박스세트의 주인공은 유현목 감독이다. 연말쯤에 전작전과 함께 출시될 예정이다. 비록 4편이지만 1950년대(<그대와 영원히>)부터 70년대 말까지(<장마>)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한국 최고의 지성파 감독 유현목의 작품세계 변화를 일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다소 관심이 줄어든 경향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유 감독의 영화들이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970년대 영화 대표작 세 편도 DVD로 나온다. 개발과 근대화에서 소외된 계층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는 이만희 감독의 유작 <삼포가는 길>(1975), ‘386세대의 영원한 컬트’라고 불리는<소나기>(고영남, 1978), 1970년대 고교생 들의 삶을 코믹하고 경쾌하게 그려내어 2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고교얄개>(석래명, 1976) 등인데, 작품의 성격이 상이하여 박스세트로 낼지 단품들로 낼지를 고민 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녀>복원판 최종 버전이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