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얼굴로 돌아보다 시네마테크 KOFA 3월 기획전, 하길종 30주기 추모전 그리고 장철과 홍콩남아들

by.모은영(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 2009-03-10조회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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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아주 특별한 두 감독의 회고전이 마련된다. 첫 번째는 바로 故 하길종 감독의 30주기 추모전으로 2월 26일(목)부터 3월 8일(일)까지 열흘에 걸쳐 진행된다. 지난 1979년 38세의 한창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하길종 감독은 암울하기만 했던 1970년대 이장호, 김호선, 홍파 등 일군의 젊은 감독들과 ''영상시대''를 결성, 폭압적인 시대 앞에 무기력했던 기존의 한국영화에 맞서 새로운 영화문화를 꿈꾸었던 감독이었다. 1964년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혈혈단신 미국으로 향했던 하길종 감독은 1965년 UCLA 대학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전격적으로 귀국한 그는 <화분>, <수절> 같은 실험성 강한 영화들을 선보이며 한국영화에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던 장본인이었다. 특히 1975년작 <바보들의 행진>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좌절과 열패감에 시달리던 당시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 실패와 좌절을 담은 작품으로 감독의 대표작이자 70년대 한국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이번 기획전에는 하길종 감독의 UCLA 졸업작품인 <병사의 제전>과 <바보들의 행진>을 포함한 7편의 극영화 전편이 상영된다. 특히 <병사의 제전>은 MGM에서 미 전역의 최우수학생 4명에게 수여하는 ''메이어 그랜드상''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 그동안 소문으로만 전해졌던 작품으로 얼마 전 극적으로 오리지널 프린트가 발견되었는데, 필름의 손실을 최대한 막기 위해 이번 추모전 기간 동안 1회에 한해 제한적으로 상영된다. 또한 이번 추모전 기간 동안에는 1970년대 포크록 밴드의 기운이 감지되는 독특한 음악세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장기하와얼굴들''의 공연과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함께 상영하는 아주 특별한 행사도 준비된다. 1970년대 청춘들의 문화와 꿈을 대변했던 영화 <바보들의 행진>과 이 시대 청춘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과의 만남은 시대의 젊음과 함께 호흡했던 감독의 생애를 돌아보는 한편 시대와 매체를 초월한 청년문화의 새로운 해석과 가능성이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영화 상영과 함께 한국영화박물관에서는 감독이 활동하는 당시의 영화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들과 유학 기간 중의 친필 서신, 감독이 직접 타이핑한 석사 논문 원본 등 귀중한 자료들을 모은 하길종 감독의 전시가 오는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영화와 음악, 전시가 함께하는 이번 하길종 30주기 추모전을 통해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금 돌아온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영화 인생을 만나보자.

3월의 시네마테크를 한층 다채롭고 풍성하게 채워줄 또 하나의 기획전은 바로 홍콩 무협영화의 전설, 장철의 회고전이다. 1월 진행됐던 ''아시아의 슈퍼히어로 2탄''에 이어 시네마테크 부산과 공동주최로 진행되는 두 번째 기획전으로 전설의 <외팔이>를 비롯한 장철 감독의 영화 6편과 호금전의 <대취협>, 이한상의 <영산백과 축영대> 등 지난 1월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상영됐던 9편의 전설적인 영화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결투> 등 장철 감독이 연출한 한홍합작영화 세 편이 새롭게 공개된다. 하길종과 장철, 국적은 물론 그 도달하고자 했던 영화세계와 스타일, 모든 면에서 다르기만 한 감독들이지만 그렇기에 이들과 함께하는 3월은 영화 팬에게는 두 배 더 행복한 한 달이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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