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순이>(1963)

by.김한상(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2008-10-31조회 2,274
또순이

아버지: 네가 무시기 독립이야?

또순: 난 거저먹고 살아온 게 앙이요(아니요). 엄마 아바이가 벌이하느라고 밤낮 나가 있기 때문에 집안일은 내가 다 도맡아 보아왔소. 일고여덟 살부터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밥을 지어 놨구, 학교 다니는 언니의 뒤치닥거릴 해왔소. 식모살이도 월급이 있쟁이오.

아버지: 무시기?

또순: 나갈테니 십오년 동안 뼈빠지게 일해 온 월급을 달란 말이오.

아버지: 야 이 간나, 나가면 거저 나갔지비 월급이 무시기 월급이야? 넌 먹구 살아오지 앙이했니 응?

또순: 자식을 키우는 것은 부모의 의무요. 허지만 일곱 살부터 부려먹은 건 아동복지법에두 어그러지는 일이 앵기겠소?

아버지: 이런 주제넘은 간나, 나갈려면 썩 나가거라, 나가! 나가란 말이다. 나가!

또순: 나가겠소. 허지만 내 월급은 언제고 받아 가지고 말끼오. 엄마, 아바이, 잘 있소.

도금봉은 <또순이>를 통해 당차고 야무진 젊은 여성의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해냈다. 박정희 정부의 근대화 노선에 부응하는 ‘경제적인’ 여성 또순이는 도금봉의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연기로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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