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도서관

by.임찬상(영화감독) 2008-09-02조회 892
임찬상 감독

영화에 빠져들면서 내 관심은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보고나면 그 날 하루가 혹은 한 주일이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쓰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내가 영화를 하고 있는 건지 노트북과 싸우고 있는 건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극장엘 자주 가지 않게 된다. 그러다 가끔 극장엘 가서 좋은 영화를 한 편 보게 되면 그제야 내가 왜 영화를 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그렇다. ‘나도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지… . 나도 저런 영화를 만들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에 대한 사랑은 영화 서적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시나리오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영화를 보는 것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늘 찾아가던 곳이 시네마테크와 영상자료원이었다. 외국영화는 어쩔 수 없이 시네마테크에서 봤지만 한국영화는 볼 수 있는 곳이 영상자료원 뿐이었다. 영상자료원을 선호하게 된 것은 사실 좀 늦은 나이가 돼서다. 대학 재학시절이나 영화학교시절에는 외국영화 보기가 바빴기 때문이다. 지금도 외국영화를 선호하지만 어느 순간 한국영화를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써오고 있는 요즘, 서사의 원류는 그 나라 사람 특유의 삶과 역사에 기반 하기 때문에 5,60년대 그리고 7,80년대를 알고 싶다면 한국영화를 공부하지 않고는 새로운 서사, 우리에게 친근한 서사를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 
 
<효자동 이발사>를 만들 때도 여지없이 한국영화들을 살펴보면서 그 시대의 복장과 건물들을 연구했었다. 그런 영화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시대를 재현할 것인가? 그 시대의 영화를 연구하면서 알게 된 것은 당시의 영화감독들이 지금의 영화감독들에게 없는 세련됨과 우아함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힘을 수 십 년이 지나서 감탄하게 된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조바심이 난다. 수 십 년 전의 감독들이 도달한 경지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아직 만들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은데 선배들의 영화들이 그 해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점점 강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점 영상자료원과 친하게 지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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