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프로파간다(Propaganda)’라고 하면 군대를 사열하는 히틀러의 모습이나 참전을 선동하는 조선총독부의 고위 관료의 모습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국민으로의 헌신을 요구하고 숭고한 이상에 발맞추기를 호소하는 그런 영상들을 어쩌다 우연히 접했던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프로파간다는 그저 재미없고 낡은 선전술이라는 선입관이 새겨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전설적인 가수의 피아노 연주에 맞추어 빠르게 미끄러지는 신형 자동차의 모습. 혹은 한류스타가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개하는 주상복합아파트의 안락한 삶. 정치적인 주장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 익숙한 광고 문법들이 실은 개발독재 시대의 대표적인 프로파간다의 문법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라면?
10월 기획전 “조국근대화를 유람하기”에서 소개할 영화들은 바로 그런 프로파간다 영화들, 그렇지만 지루하다거나 교과서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무척 ‘재미있는,’ 그래서 당대의 대중을 사로잡았던 흥행작이었던 작품들이다. 제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과 2기 박정희 정권의 출범으로 시작된 1967년부터 유신체제의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동안 전국의 대중을 사로잡으며 성공한 시리즈로 정착한 <팔도강산> 5부작과 1970년 일본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배경으로 근대화와 반공의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들, 그리고 1967년부터 착수된 고속도로 건설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국립영화제작소 제작의 문화영화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아직 ‘고속도로’라는 말조차 낯설어하는 대중들에게 ‘전국 1일 생활권화’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미래의 여가와 풍요는 어떻게 선전되었는지, 거친 반발 속에서 이제 막 수교를 시작한 옆 나라 일본이 과시하는 풍요의 열매(오사카 만박)를 바라보며 정권이 약속하는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졌는지 이 영화들은 흥미롭게 증명하고 있다.
기획전 기간 동안 ‘산업근대화 프로젝트와 미디어 정치’를 주제로 한 학술심포지엄이 함께 개최될 예정이며, <팔도강산>에 대한 해설상영회도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