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막전막후(洪吉童傳, 幕前幕後) 시네마테크 KOFA 9월 기획전 :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불타는 연대기

by.모은영(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 2008-09-01조회 1,913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한국애니메이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제작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의 OEM생산국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단편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함으로써 한국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저력을 알리면서부터였다. 더욱이 2002년과 2004년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축제인 안시(Anncy)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벌에서 이성강 감독의 장편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와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이 연이어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애니메이션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사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도한 것은 훨씬 오래전 일로, 시도만으로 본다면 일제시대까지 거슬러간다. 1936년 김용운, 임석기 등에 의해 시도된 단편 <개꿈>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시도된 최초의 ‘토키’ 애니메이션이었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완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사실은 당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창작 능력 역시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변의 역사를 겪으며 한국애니메이션은 CF라는 상업적 형식을 통해 대중 그리고 산업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1967년,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을 비롯해 <호피와 차돌바위>와 최초의 인형애니메이션 <흥부와 놀부> 그리고 세기상사의 <손오공> 등 무려 4편의 장편이 이 한 해 동안 쏟아져 나오며 한국 애니메이션은 첫 번째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은 몇 차례 장편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붐과 몰락, OEM 제작국의 오명, 그리고 새로운 애니메이션 작가의 등장 같은 영광과 부침을 거듭하며 예술이자 산업으로서 나름의 역사를 이어왔다.

9월의 ‘시네마테크KOFA 기획전’에는 바로 이런 한국 애니메이션의 연대기를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오랫동안 필름 자체가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극적으로 필름의 소재가 발견돼 40여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게 된 <홍길동>에서부터 최초의 인형 애니메이션 <흥부와 놀부>, 6~70한국 로봇애니메이션의 대명사이자 2005년 새롭게 복원돼 다시 한번 붐을 일으켰던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 브이> 시리즈, 그리고 안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존재를 알렸던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와 ‘몹시 양아치 액숀!’ 이라는 재기발랄한 카피를 달고 개봉됐던 황당하고 발칙한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까지 40여년의 시간동안 미약하나마 맥을 이어왔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들이 대거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진로 소주‘로 대표되는 CF 애니메이션계의 스타로 출발해 한국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신동헌 감독의 작품들이 모두 소개될 예정으로, <홍길동>과 그 속편 격인 <호피와 차돌바위>는 물론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시퀀스가 삽입된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 그리고 인기 TV 시리즈 <아기공룡 둘리> 중 신동헌 감독이 연출했던 에피소드 등 한국 애니메이션의 개척자, 신동헌 감독의 모든 것을 만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중 <홍길동>은 일본에 있는 16mm 필름을 수집, 자료원에 보유하고 있던 35mm 사운드와 합해 35mm 프린트로 다시 만든 것으로 지난 5월 개관영화제 이후 처음으로 일반 공개되는 것이다.  온 국민이 CM송을 따라 불렀다는 그 유명한 신동헌 감독의 진로 소주 CF를 비롯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CF 애니메이션 모음도 놓칠 수 없는 시간. 용유수 감독의 1971년작 <번개 아텀>과 김청기 감독의 1978년작 <날아라 원더 공주>는 이번 기획전을 위해 새롭게 프린트를 만든 것이기도 하다.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미약하게나마 맥을 이어왔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그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를 이번 기획전에서 꼭 만나보시길.

연관영화 : 흥부와 놀부 (강태웅 , 1967 )

연관영화 : 아치와 씨팍 (조범진 ,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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