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징하군요.” <다시보기(replay)>(이하 <다시보기>) 사회를 맡은 영화평론가 김영진 씨는 박하사탕을 ‘징하다’고 말하며 문을 열었다. 7월의 다시보기로 선정된 박하사탕은 2000년 1월 1일 0시에 개봉해 흥행엔 다소 미진했지만 칸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평단으로부터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국영화 개봉작 중, 작품성을 인정받아 종영 후에도 재상영에 대한 수요가 높은 작품을 다시 상영하는 <다시보기> 취지에 잘 부합하는 영화다.
<다시보기> 사상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참석했던 이번 행사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설경구, 문소리가 함께 했다. 설경구와 문소리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나도 스타를 캐스팅하고 싶었어요.”하고 재밌는 대답을 했다. 시대가 주는 감정을 알면서 스무살부터 마흔살까지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캐스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주변에서 설경구를 추천받았고 ‘의욕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 호감이 느껴져 같이 하게 됐단다. “오디션의 최종 후보들은 뭐든 잘하겠다고 넘치는 의욕을 보였는데 그게좀 불안했어요. 대신 설경구씨는 ‘안하고 싶은가?’하는 생각이 들만큼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문소리씨 캐스팅은 아주 쉬었습니다. 2000명이 온 1차 오디션 때 딱 눈에 들어서 갈등의 여지가 없었어요.” 문씨는 오디션에 최종합격을 하고도 여공2나 여공3 정도의 배역을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그 때 순임 역을 주셔서 다들 로또 맞은 거라고 했지만 저는 참 부담스러웠어요. 어안이 벙벙하고-.” 캐스팅 비화가 끝나자 박하사탕을 찍으며 느꼈던 감회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선 이 감독은 박하사탕을 찍으면서 다시 한번 배우의 감정이란 정말로 위대한 걸 느꼈다고 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재현이 가능해지는 걸 여러 번 봤어요. 영화가 진행될수록 인물은 점점 젊어지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촬영이 힘들고 그러니까 점점 늙어지는 거예요. 주름도 늘어나고. 진담 반으로 주름을 ‘다리미로 펴야하나’ 그런 농담도 했습니다. 그렇게 걱정을 했는데 놀랍게도 화면 속에서 영호는 스무살로 살고 있었습니다. 예술적인 전율을 느꼈죠.” 설씨는 <박하사탕>을 찍고 다시는 이 감독과 어떤 작품도 안 하려고 했단다. 그래놓고 바로 <오아시스>를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어떤 감독님들은 대본에 충실하길 강요해요. 저는 그게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대본을 잊으라고 하시는 이 감독님이 그리웠어요.(웃음) 물론 감정이 세고 힘든 연기가 많아서 영화할 때는 다신 안한다고 하지만. 결국 또 이끌리게 되요. 이 감독님과의 작업은 포만감이 큽니다. 배우는 포만감이 클 때 가장 행복하죠.”
환갑이 넘어서도 함께 영화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는 세 사람. 그들의 미소와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어울린 이번 행사는, 내내 박하사탕 같은 청량함이 감돌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