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영화 필름들이 지난해 9월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처음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미몽><자유만세><검사와 여선생><마음의 고향><피아골><자유부인><시집가는 날> 등 1930~50년대 필름 7편. 물론 모두 한국영상자료원이 소장하고 있는 필름들이다.
우리 영상자료원은 이에 따라 문화재가 된 7편의 필름에 대해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17일자로 ‘등록문화재 지정필름 관리내규’를 제정했는데, 이에 따르면 ‘문화재 필름’들은 온도 5℃、습도 35%의 보존용 필름 수장고에서도 별도로 마련된 ‘문화재구역’에 보관되며, 매년 두 차례 정기점검을, 5년에 한번씩 정밀점검을 받도록 돼있다. 일반 필름들은 5년, 또는 10년에 한번씩 정기점검을 받으며 아주 특별한 필름에 한해서 정밀점검을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문화재 필름’들은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는 셈이다.
보존기술센터는 문화재필름 7편에 대해 지난 2월에 1차 점검을 마쳤고 지금 2차 정기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2009년부터 이들 필름들에 최선의 보존환경을 제공하고 활용용 자료들을 제작하기 위해 현재 문화재청과 서울시, 마포구청 등 관련지자체에 예산지원을 신청해놓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도의 도입에서 등록까지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등록문화재에 관한 조항이 생겨난 것은 지난 2001년. 이에 따라 제일 먼저 근대 건축물이 문화재로 등록되기 시작했다. 영화나 미술, 음악 등 이른바 ‘동산 문화재’로 등록대상이 확대된 것은 2003년 7월부터였다.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근대 문화유산들이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물결 속에서 훼손, 멸실돼감에도 종래의 문화재 지정제도로는 감당할 수가 없게 됨에 따라 근대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 등록문화재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영화필름들을 문화재로 등록시키려는 노력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문화재청은 영화전문가들을 문화재위원 및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등록 대상과 기준 등을 토론했다. 회의를 통해 영화의 문화재 등록기준이 다음과 같이 정해졌다. 제작기간이 50년 넘은 영화필름, 시나리오, 콘티뉴어티, 스틸사진 등 역사적 자료적 가치가 큰 것을 대상으로 하되,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 당대 대중에 대한 사회ㆍ문화적 영향력, 그리고 당대 사회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문화재 등록 심사에는, 2007년을 기준으로 50년 전인 1957년까지 제작된 한국영화 가운데 현재 필름으로 남아있는 영화 38편이 대상이 되었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7편이 등록대상으로 선정되었다.
1. 미몽 (양주남, 1936)
2. 자유만세 (최인규, 1946)
3. 검사와 여선생 (윤대룡, 1948)
4. 마음의 고향 (윤용규, 1949)
5. 피아골 (이강천, 1955)
6. 자유부인 (1956, 한형모)
7. 시집가는 날 (1956, 이병일)
문화재가 된 영화들, 그 기준
선정과정에서 ‘문화재급 영화’를 고르는 기준을 둘러싸고 마지막까지 논란이 된 부분은 친일문제였다. 일제강점기 영화 가운데 친일 성격을 띤 영화는 당연히 제외되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말기에 친일영화들을 찍었던 최인규 감독이 해방 후에 만든 독립영화 3부작은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가 논란의 초점이었다. 결국, 감독의 친일경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의 역사적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3부작 가운데 <자유만세> 한 편이 문화재로 선정되었다.
2007년 5월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는 ‘한국고전영화의 문화재 등록 공청회’가 열렸고 영화계 및 사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등록 대상작 7편의 선정기준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영화필름의 등록문화재 선정과정에 참여한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영화가 어떻게 문화재일 수 있는가하는 반론을 없애기 위해 최대한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했다”며, “2007년 현재 판단할 수 있는 모든 기준을 갖고 많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김종원 동국대 교수는 “격동기를 거치면서 근대기에 만들어진 영화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라도 새로 만들어질 영화에 대한 보존의식을 높이기 위해서 문화재 등록은 필요한 것”이라며, “문화재 등록은 영화를 문화재로 등록함으로써 보존을 공고히 하자는 성격도 있지만, 영화의 사회적 역할을 인정해준다는 기념비적이고 상징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문화재로 보존되는 영화필름들
문화재청은 앞으로 5년에 한번씩 영화부문의 문화재 등록심사를 할 예정이다. 다음번의 제2차 심사에는 한국영화의 첫 번째 르네상스가 막 기지개를 켜던 1957년부터 1961까지 만들어진 영화들이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 1차 심사의 대상 상당수가 영상자료원이 해외에서 발굴수집해온 필름들이었던 것처럼, 우리가 앞으로 발굴하는 초창기 영화들 역시 등록문화재 심사대상에 새롭게 데뷔할 것이다. 지난해 수집해 우리 영상자료원 개관영화제때 변사공연을 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도 등록문화재 대상에 포함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