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당시 악극계에서 활약 하던 사람들을 많이 픽업했죠. <자유부인>의 김동원씨도 악극계에서 활약하던 사람이고, 황해씨(각주-한형모 감독의 1949년작 <성벽을 뚫고>로 영화계 데뷔)도 그렇죠. 황해씨를 데리고 왔을 때는 일성(日星)이 있었대요. 개성이 있어서 ‘황해가 키만 조금 더 컸어도 진짜 멋있는 배우일텐데’라고 누가 얘기 했더니 ‘황해가 키가 크면 황해가 아니지’ 그랬다더라고. 이런 말씀 하신 분이 한형모감독이야. 그게 매력이다 이거지. 연기자가 특성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성벽을 뚫고> 에서부터 나중에 <청춘 쌍곡선>까지 함께 했던 거죠. 성소민씨는 정극하던 연극배우였는데 <순애보>에 발탁했어요. 김의향(각주-<순애보>에서 ‘에어걸’로 출연, 도발적이고 서구적인 캐릭터를 선보임)도 새로 픽업한 거고. <자유부인> 같은 작품에 김정림 같이 키가 큰 사람을 데뷔시킨 것도 아주 파격적인 거였어요. <여사장>에서는 구봉서씨가 한 커트 출연해요. 한 커트인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제일 인상에 많이 남는 게 카메오로 출연한 구봉서씨라는 거 아니에요. 그때는 구봉서씨가 코미디 영화를 많이 했거든요. 양훈(각주-한형모 감독의 <청춘쌍곡선>에서 주인공으로 출연)도 그렇고. 코미디 영화에서 구봉서씨가 김희갑씨하고 콤비가 돼 출연했었죠. 그런 배우들을 멜로드라마와 같은 정극에 붙인 거에요. 이러니 깜짝 놀랄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