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영화제] “만화영화는 어디까지나 웃음과 개그가 기본이야”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개척자, 신동헌

by.모은영(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 2008-05-04조회 826

먼저 <홍길동>을 다시 만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꼭 잃어버린 자식을 찾은 기분이지. 나도 다시한번 꼭 보고 싶었거든. 지금 보니 이야기도 재미있고, 움직임도 멋있고, 어때 이 정도면 괜찮지?(웃음)

어떻게 <홍길동>을 제작하게 되셨는지요

60년대 CF를 시작해서 맨 처음 만든 것이 ‘진로’인데. 2탄인가. 선원 나오는 거. 그게 대단히 히트를 쳤어. 그때가 유일하게 돈 벌 때였던 거 같애(웃음). CF를 한 6년 정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세기상사에서 보고 ‘이 CF를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봐라’ ‘신 아무개가 만들었다’ 하니까 ‘그럼 장편을 만들 용의가 있는가’, 그래서 한번 해보자 하게 된 거지, 마침 내 동생 동우가 소년 조선일보에 <풍운아 홍길동>을 연재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그걸 베이스로 하게 된 거지. 홍길동, 차돌바위 캐릭터는 동우가 만들었고, 대본은 내가 직접 쓴 거야.

음악과 영상의 조화가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선녹음 후작화’ 방식이나 그림자 표현 같은 이런 기술들은 어떻게 시도하게 되셨는지요.

다 책보고 그러면서 독학으로 한 거지. 내가 원래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거든. 중학교 때는 나팔수도 했고, 악기도 여나문 가지는 다룹니다. 비주얼 싱크로나이제이션이라고, 그게 입술이랑 대사하고 정확하게 맞고 그 다음에 음악에 대해 동작이랑 정확하게 맞는 건데. 이런 걸 국내에서는 내가 처음 개발한 거야. 천문학에서 보면 먼 곳의 성운 같은 흐릿한 것을 찍을 때 노출을 오래하면 찍을 수 있거든. 그걸 응용해서 그림자 만들 때 노출을 달리해서 두 번 더블 촬영해서 만들었지. 말소리하고 입모양 맞추는 것도 프리 레코딩이라 해서 소리를 먼저 녹음하고 그것을 분석해서 1초 동안에 24프레임으로 계산해서 맞추는 거지. 내가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안했지만, 헤르만 헷세, 뒤마 같은 문학책 많이 읽고, 음악 좋아하고 천문학 좋아하고 이런 게 다 도움이 되었지. 예술 하는 사람은 이래야 해. 신상옥 감독도 내 중학교 선배였는데 나보다 더 했어. 일제시대니까 교복도 단정하게 입어야하는데 혼자 풀어헤치고, 지각하고 매일 복도에서 벌 서는 게 일이었다니까.

제작 당시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셀룰로이드 필름이 어디 있나. 궁여지책으로 미군 무대에서 나온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사다가 양잿물에 불려 사용했지. 또 물감이 어디 있나. 애니메이션 물감이 없으니까 일반 포스터칼라를 사용하는데, 이게 또 며칠만 지나면 다 들떠 버리는 거야.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없었다는 거. 처음 만든 거, 한 10분 정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 버려버렸거든. 나중에 개봉 일을 맞춰야 하니까 개봉 전 몇 주 동안은 누구 한 사람도 누워서 자본 적이 없었어.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요?

제작비는 내가 잘 모르겠는데, 그때 기억으로는 동화 촬영까지 다 합해서 인건비는 내가 맡는 걸로 계약했던 거 같애. 기래가지고 내가 180만원을 받았는데, 촬영 시작하고 3개월 만에 다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죽을 고생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홍길동>이 중요한 작품이다 이런 게 아니라, 이걸 계기로 우리 애니메이션 역사 연구에 체계가 잡혔으면 좋겠어. 그리고 요샌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만화영화도 그렇고 너무 충격적인 거 많고 스토리도 없고,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한 그런 것들을 전혀 무시해 버리는데 그러면 식상해져 버린다고. 그러니까 만화영화는 어디까지나 웃음이라든가 개그가 기본이 된다는 걸 명심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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