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크(열사의 무)

해제

현재통용제명: 자라크 / 자락
수입개봉명: 熱砂의 舞
원제: Zarak
제작년도: 1956
제작사: 콜럼비아 픽쳐스(Columbia Pictures) / 미국
감독: 테렌스 영(Terence Young)
출연진: 빅터 머추어(Victor Mature), 아니타 에크베리(Anita Ekberg) 
수입사: 한국예술영화사
개봉극장: 국도극장
개봉일: 1957.05.21.


전단지 구성 및 특이사항 
전체 4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단으로, 1면에는 칼라 인쇄로 영화의 주연 아니타 에크베리의 모습을 강조하여 담은 사진을 크게 배치하고 영화의 제목과 주연배우 등의 이름을 돋보이게 인쇄하였다. 2면과 3면에는 파란색 계열의 단색조로 영화의 출연진 및 제작진, 줄거리, 그리고 해설 등을, 마지막 4면에는 역시 아니타 에크베리의 사진을 가운데에 배치한 뒤 초록색 계열의 단색조로 “인도 변경! 운하(雲霞) 같은 대군에 도전하는 토적 자라크! 무법자로 알면서도 정열을 바치는 요염한 무희!”라는 광고 문구를 인쇄하였다. 특이한 것은 4면의 제일 하단부에 작은 글씨로 “대한정판인쇄주식회사(大韓精版印刷株式會社) 인쇄”라는 문구를 기입하여 전단의 실제 인쇄와 발행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밝힌 것인데, 이는 당시의 영화 전단이 어떤 곳에서 제작되어 유통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사례로 특기할 만하다.

줄거리 
때는 1860년대, 인도에 주둔한 영국군과 아프가니스탄의 무슬림 부족들 간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무렵의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 전제적인 아프간 부족 지도자 하지 칸의 아들 자락 칸은 아버지의 젋고 아름다운 첩 살마를 향한 열망으로 몸부림친다. 본래 다른 부족 출신이지만 하지 칸에게 잡혀와 그의 첩이 된 살마는 자락이 그녀를 욕망하는 것을 알고 어느 날 밤 그를 몰래 찾아가 유혹하며 자신을 원래 자기가 살던 부족에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자락은 그녀의 매력에 굴복하여 열정적으로 키스를 하고 사랑을 나누려 한다. 그러나 살마의 계략을 눈치챈 하지는 분노하여 살마를 상인 아크바르에게 노예로 팔아버리고, 패륜을 범한 죄로 아들을 채찍질하여 죽이려 한다. 하지만 부족의 율법학자인 물라가 자락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하지는 아들을 살려주되 무법자로 선언하고 부족에서 내 쫒는다. 

몇 해 뒤 자락은 세력을 모아 아프간 국경지대인 카이버 고개에 주둔한 영국 군인들을 약탈하는 반군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다. 카이버 고개 아래, 영국 식민지 경영의 전초기지인 포트 애벗에는 자락의 반군 무리를 물리치기 위해 베테랑 전술가인 잉그램 소령이 파견된다. 그의 참모 히긴스는 하지와 그의 부족을 되는대로 죽이고 마을을 모두 불태우라고 충고하지만 잉그램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새로운 전략을 찾고자 한다. 한편 자락은 아버지 하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형제들로부터 전해 듣고, 울적한 마음에 자신의 주둔지 아래에 있는 페샤와르 마을에 나와 술을 마시러 간다. 그런데 술집에서 자락은 그의 옛 사랑인 살마를 마주친다. 살마는 아크바르에게 몸값을 주고 자유를 되찾은 뒤 이곳에서 춤을 추고 남자들에게 접대와 매매춘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그러나 살마가 매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자락은 그녀에게 곧바로 청혼하고, 살마는 아버지의 여자를 취하는 것을 금하는 율법을 들어 그의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그날 밤을 그와 함께 보낸다. 자락이 살마와 함께 밤을 보내는 사이, 영국 군인들이 그의 진영으로 침입해 자락의 부하 대부분을 생포하거나 죽이고, 진지를 불태워 버린다. 

다음날 아침 살마의 품에서 깨어나 자락은 부하들의 운명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자락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반군들을 호송하는 인도인 영국군 장교 행세를 하고는 포트 애벗의 영국 감옥으로 잠입해 그의 부하들을 구출해 나온다. 다시 세력을 재정비한 자락은 그의 참모인 하수에게 살마와 결혼할 계획을 알리지만, 살마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하수는 살마가 남자들을 유혹하는 춤을 추고 있는 카페로 자락을 데려간다. 분노한 자락은 살마에게 저주를 퍼붓고 다시 사막으로 사라진다. 얼마 후, 자락과 그의 부하들은 한 무리의 서양인 여행자들을 약탈하기 위해 언덕에서 내달린다. 그러나 이 여행자들은 사실 잉그램이 파견한 위장한 영국 군인들이었고, 자락은 크게 패해 간신히 몸만 피한다. 자락은 자신을 쫒는 잉그램을 일부러 비틀거리는 밧줄 다리로 유인하고, 잉그램이 다리를 다 건너기 전에 다리의 밧줄을 끊고 잉그램을 절벽으로 떨어뜨려 해치우고자 한다. 하지만 예전에 자락의 목숨을 살려주었던 율법학자 물라가 우연히 이를 목격하고, 자락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자락은 잉그램을 살려준 뒤 사촌인 아흐마드 칸에게 몸을 의탁하러 간다. 

아흐마드의 요새에 도착한 자락은 그 후 자랏에 있는 영국인의 은행을 털자고 제안하면서, 아흐마드와 그의 부하들이 돈을 훔치는 동안 영국인들을 그들의 요새에 감금하자는 계획을 제시한다. 아흐마드도 이에 동의하고, 부하 반을 자락에게 위임한다. 하지만 자락은 사실 아흐마드를 함정에 빠뜨려 그가 영국군에게 붙잡히게 하고, 자신이 군사들과 돈을 모두 독차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자락은 정찰을 핑계로 변장을 하고 홀로 마을로 내려간 뒤 영국군 요새의 창문으로 아흐마드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아흐마드와 그의 부하들이 언덕을 내려오자 영국은 그들을 요새 쪽으로 유인해 그곳에서 포병 대대와 맞붙게 하고, 아흐마드는 후퇴하다가 영국군에 붙잡힌다. 하지만 곧이어 자락의 일당이 은행을 털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잉그램은 이전에 마을을 파괴하지 않고자 했던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잉그램은 아흐마드와 거래를 해서, 그를 풀어주고 상금을 주는 대가로 자락을 영국군에게 넘기는 계략을 모의한다. 아흐마드는 우물로 위장한 자락의 비밀 은신처를 가르쳐주고, 잉그램은 우물 입구에 총을 쏘아 그 안에 숨어있던 자락에게 상처를 입힌다. 

간신히 은신처를 탈출한 자락은 지칠 대로 지친데다 목이 말라 이성을 잃고 사막을 배회하다가, 한 노인이 가죽가방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본다. 목이 마른 나머지 자락은 노인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물을 빼앗아 마시지만, 이윽고 죽은 노인의 옷차림과 기도 묵주를 보고 자신이 죽인 사람이 다름 아닌 생명의 은인 물라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자락은 살마에게로 돌아간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상처에서 회복되자마자 은인을 죽인 것에 대한 참회로서 영국군에게 항복하기로 결심한다. 자락이 자랏으로 나아가 잉그램에게 항복하자, 아흐마드는 잉그램이 자락을 호송하고자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영국군 요새를 공격한다. 이어진 전투에서 잉그램은 아흐마드에게 붙잡히지만 자락은 도망친다. 자락은 히긴스를 찾아가 아흐마드의 진영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하고 영국군과 합류해 잉그램을 찾아 나선다. 아흐마드의 진영에 도착한 자락은 히긴스에게 자신이 잉그램의 죽음을 막아낼 테니 지원군을 부르기 위해 요새로 내려가라고 지시한다. 아흐마드의 진영으로 자신 있게 발을 들여놓은 자락은 곧바로 붙잡혀 아흐마드 앞에 끌려와 사형을 선고받는다. 아흐마드는 자락을 참수형에 처하라고 명령하지만, 자락은 잉그램을 구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대신 매질을 받아 죽겠다고 자청한다. 흥미를 느낀 아흐마드는 가학적으로 자락의 형제들에게 사형집행인이 되라고 명령한다. 그 사이 히긴스는 영국군 요새에 도착해 잉그램을 구출할 지원군을 끌어오고, 자락의 형제들이 마지막 일격을 가해 자락이 쓰러져 죽는 순간 아흐마드의 요새를 침공해 아흐마드와 그의 일당을 모두 처단한다. 얼마 뒤 잉그램과 그의 아내 캐시, 살마, 히긴스는 자락의 무덤을 찾아가 그의 명복을 빌고, 잉그램은 자락이 왜 적군인 자신을 위해 그 자신의 목숨을 바쳤는지 계속 의아해한다. (출처: IMDb)


NOTE 
이 영화는 실제 아프가니스탄 무슬림 유목민의 추장이었던 자라크 칸(Zarak Khan)의 생애에 기초하여 제작된 것으로, 서구 제국주의 권력에 대항하는 피식민 소수민족의 지도자를 영웅으로 그려낸 영화로는 초기의 것에 속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거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들이 독립하여 신생국으로 새롭게 거듭나던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백인 배우들이 아프간인을 연기한 점이나, 실존 인물 자락 칸이 활동했던 1930년대와 40년대가 아닌 19세기 중반 가공의 시대배경으로 각색한 점, 그리고 특히 여주인공 살마에 대한 시선이 철저히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20세기 중반까지 만연했던 아시아에 대한 전반적인 서구 세계의 편견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미국 콜럼비아 영화사가 제작했음에도 미국에서는 거의 흥행을 하지 못했던 반면, 당시 이 영화가 동시 개봉되었던 영국에서는 적지 않은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한국에서는 1957년 5월 국도극장에서 처음 개봉한 뒤 그해 7월에는 동양극장, 8월에는 동도극장, 동화극장, 자유극장 등을 거치며 재상영된 뒤 다시 이듬해 1월까지 화신극장, 동영극장 등에서 재상영되며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다.
석지훈(영화사연구자)

초기화면 설정

초기화면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