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5세(The Chronicle History of King Henry the Fifth with His Battell Fought at Agincourt in France (aka. Henry V) )

<헨리 5세> 해제

현재통용제명: 헨리 5세 
수입개봉명: 헨리- 五世
원제: The Chronicle History of King Henry the Fifth with His Battell Fought at Agincourt in France  (aka. Henry V) 
제작년도: 1944
제작사: Two Cities Films (A Laurence Olivier Production) 
감독: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 
출연진: 로렌스 올리비에, 로버트 뉴튼(Robert Newton), 레슬리 뱅크스(Leslie Banks)
수입사: 은영사  
개봉극장: 동아극장  
개봉일: 1952.12.08.

전단지 구성: “예술과 과학이 혼연 창조한 당목(瞠目)의 거편!!”이란 홍보 문구가 강조하듯이 영화 <헨리 5세>는 16세기의 셰익스피어 문학을 20세기의 기술로 영화화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되었다. 테크니컬러 영화라는 사실도 수세기를 넘어 첨단의 기술로 재창조된 셰익스피어 문학의 위대함을 부각하는 데 일조한다. “셰익스피어 정신의 부흥인 동시에 영화 예술의 신생면을 개척한 것으로 절찬받았다”는 영화에 대한 반향 소개, 개요와 해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또 <헨리 5세> 외에도 은영사가 수입한 <천국에의 계단(현상 당선제목 사랑의 구름다리)>(총천연색)과 <함레트>의 광고가 앞으로 “씨-즌을 장식할 은영사의 선물, 호화 현란한 2대 명편 개봉 박두!”라는 문구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헨리 5세(로렌스 올리비에)는 왕위에 즉위하자 과거의 방탕과 절연하고 위엄 있고 덕망 높은 왕이 된다. 헨리 5세는 그러나 자신이 에드워드 3세의 직계 후손임에도 프랑스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데에 분노해 프랑스에 전쟁을 선포한다. 아진코트에서 헨리 5세가 이끄는 영국 군대와 프랑스 군대가 대치했을 때, 전세는 수적으로 열등한 영국군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헨리 5세는 뛰어난 용병술로 군대를 이끌고 일치단결한 영국군은 대승리를 거둔다. 아진코트 전투의 승리로 헨리 5세는 대내외적으로 영국 왕실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한편, 프랑스의 샤를르 왕녀를 왕비로 맞아 반목과 전쟁으로 얼룩졌던 두 나라는 둘이면서도 하나인 나라로서 평화를 도모한다. 

NOTE: 셰익스피어의 동명의 원작 희곡을 영화화한 <헨리 5세>는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특별상을 수상한 올리비에는 이후에도 <햄릿>(1948,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리차드 3세>(1955), <오델로>(1965) 등 셰익스피어 작품을 영화화했다. 영화 <헨리 5세>는 해방 후 영국영화를 전문적으로 취급해온 은영사가 수입 및 배급했다. 한국전쟁 발발로 휴면 상태에 있었던 은영사의 영국영화 배급은 1952년에 <헨리 5세>를 시작으로 재개되었다. 셰익스피어의 명성에 비추어 흥행을 기대했던 <헨리 5세>는 개봉 전 특별 유료 시사회(1952.11.17-18.)를 통해 사회 각계의 관심을 모으고자 했는데, 뜻밖에도 ‘염전(厭戰) 사상’ 논란으로 검열 스캔들에 휘말린다. 동아일보가 “오늘의 조국의 비참한 현실을 연상시키게 하는 내용의 것을 공공연하게 상연허가”를 해준 공보처 영화과와 학생 동원을 인정한 문교부의 처사를 경솔하다고 비난하면서 군 당국이 대본을 차압해 엄격히 검열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었다.(동아일보, 1952.11.19.) 이에 대해 은영사는 별도의 신문 광고(경향신문, 1952.11.27.)를 통해 <헨리 5세>가 “연합국의 일원인 영국이 제2차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국책영화로 영국왕실의 절대한 지원 하에 거족적 단결과 불굴의 투지를 고취하는 의도에서 제작된 작품”이며,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영화화한 영화예술의 최고 수준에 도달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정식 검열 절차를 밟아 공보처에서 상영허가를 받았고, 아직 외국영화에 대한 추천제도가 없기 때문에 ‘문교부 인정’으로 광고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으며,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해 국방부에서 상연 금지를 취했다는 보도가 오히려 오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문화계 유력 인사들의 <헨리 5세>에 대한 평가를 덧붙여 ‘염전 영화’가 아니라 ‘아름다운 애국시’라고 항변했다. 헨리 5세가 프랑스의 아진코트에서 병력의 열세를 딛고 뛰어난 용병술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전투를 재현한 영화였지만, 한국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었던 당시 한반도에서는 수세기 전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도 동시대성을 가졌다. 전쟁에 대한 염증을 표현하는 것조차 불온한 것으로 여겨졌던 1952년이었다. 
 
이화진(영화사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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