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통용제명: 해바라기
수입개봉명: 해바라기
원제: Sunflower (I Girasoli)
제작년도: 1970
제작사: Compagnia Cinematografica Champion (as C. C. Champion S.p.A.), Les Films Concordia, Mosfilm, Embassy Pictures / 카를로 폰티 프로덕션 제작, 아브코 엠버시 영화 제공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
출연진: 소피아 로렌(Sophia Loren), 류드밀라 사벨레바(Lyudmila Saveleva),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Marcello Mastroianni)
수입사: 동아수출공사
개봉극장: 단성사
개봉일: 1982.11.14.
전단지 구성: 카를로 폰티가 제작하고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해바라기>(1970)는 이태리 출신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소피아 로렌의 대표작이지만, 한국에서는 1982년에야 개봉되었다. <해바라기>를 배급한 동아수출공사는 영화의 한국 개봉 지연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며, 그동안 금기되었던 ‘소련’의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각한다. 1970년대 초반 처음 수입이 교섭되던 때에 개봉되었다면, 이태리 영화계의 거장들의 참여나 소피아 로렌의 매력이 훨씬 강조되었겠지만, 영화를 개봉하는 1982년 시점의 한국 관객들에게는 대부분의 로케이션 촬영이 소련에서 진행되었고 소련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이 더 흥미로우리라 기대되었던 듯하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영화 중 소련이 처음 공개!”, “소련 미모의 톱스타 ‘류드밀라 사베리야바’의 명연기!”, “소련의 우크라이나 대설원, 돈강 유역, 레닌그라드의 크레믈린 궁전, 끝없는 해바라기 밭에서 90% 이상 촬영! 나머지 10%를 이태리의 나폴리, 밀라노 등지에서 촬영!” 등 영화의 홍보 문안은 확실히 ‘소련’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대신, 영화의 해설에서 제작진과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 등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나폴리의 시골처녀 조반나(소피아 로렌)는 밀라노에서 온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사랑에 빠진다. 안토니오는 군 입대를 미루고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지만 남편은 곧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떠나게 된다. 얼마 후 조반나는 남편의 전사통지서를 받지만, 안토니오가 살아있다고 확신하고 그를 찾아 소련의 구석구석을 헤맨다. 천신만고 끝에 조반나는 안토니오를 찾아내지만, 부대에서 낙오되어 헤매던 그는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로 소련 여성 마샤(류드밀라 사벨레바)를 만나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기차역에서 안토니오를 알아본 조반나는 갑작스레 뒤돌아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로 돌아온다. 조반나는 나이든 공장 일꾼 에토와 결혼해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기억을 되찾은 안토니오가 그녀를 찾아온다. 안토니오를 다시 돌려보내며, 조반나는 기차역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NOTE: 1982년 한국 개봉 당시의 보도에 따르면, 영화 <해바라기>는 1974년 수입 교섭 후 벽에 부딪혔다가 8년 만에 공개되었다. (경향신문, 1982.10.15.) 일본에서도 1970년에 개봉되었고, AFKN 채널에서도 이미 방영된 바 있었으니 영화의 개요가 어느 정도 알려진 채로 유독 극장 개봉이 오래 지체된 경우다. 이태리 영화의 아이콘이었던 소피아 로렌의 대표작이자 ‘현대판 <전쟁과 평화>’라고 불렸던 <해바라기>의 한국 개봉이 이처럼 늦어진 것은 냉전과 남한의 유신 체제의 복합적 산물로 추정된다. 영화 전단에서 강조하듯이, <해바라기>의 주요 장면이 소련에서 촬영되었고, 마샤 역을 연기한 류드밀라 사벨레바가 소련 배우라는 것, 그리고 이태리 영화이지만 소련의 모스필름도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도 영화의 공개가 늦어진 원인으로 보인다. 198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소련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소련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태리영화 <해바라기>가 개봉될 수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10년 동안 기다렸든 영화, 전세계를 감동시킨 순애(純愛) 명편!”(동아일보, 1982.11.08.)이라는 광고문구와 함께 단성사에서 개봉된 <해바라기>는 하루에 6회 상영으로 개봉 2주 만에 10만 5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멀티플렉스 이전에 단관 상영으로 하루 평균 5천 7백에서 8백명이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은 놀라운 기록이다. 우크라이나 지방의 초원과 설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 그리고 레닌그라드와 크레믈린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스펙타클과 금지되었던 명화를 보고자 하는 갈망이 영화의 흥행에 작용했을 것이다.
이화진(영화사연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