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통용제명: 애수
원제: Water Loo Bridge
수입 개봉명: 哀愁
제작년도: 1940
제작사: Metro-Goldwin-Mayer
감독: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주연: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 비비안 리(Vivien Leigh)
수입사: 불이무역주식회사(제공), 동양영화사(배급)
개봉극장: 동아극장(1952), 중앙극장(1957)
개봉일: 1952.10.01., 1957.12.21.
전단지 특이사항: 홍보 문구는 “연애를 그린 영화는 하늘의 별처럼 수 없이 많겠지만 이처럼 감미(甘味)한 눈물에 젖게 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 <마음의 行路>와 거장 마뷘 르로이가 세기의 미녀 뷔뷔안 리와 허리웃드의 미남 로버트 태일러로 더부러 完成한 世紀의 女性을 울린 文藝名作!”이다. 로버트 테일러는 이미 그가 희망하는 여성형에 관한 기사가 일간지에 실릴 정도로1 1930년대부터 인기 있는 미남 스타였고, 이 영화가 개봉되기 7개월 전에도 그가 주연을 맡은 멜로드라마인 <잊을 수 없는 그날>이 관객에게 선을 보인 터였다. 그럼에도 배우들을 소개하는 ‘스타메모란’에는 비비안리가 로버트 테일러보다 앞에 소개되어 있다. 아마도 같은 해에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비비안 리의 유명세가 압도적이었던 탓으로 보인다. 1939년도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점과 그녀의 과거의 이력을 길게 소개되고 있다. 감독인 마뷘 르로이는 <마음의 행로>는 이미 1949년에 5월에 수도극장에서 개봉된 바 있고 이후로도 1953년에도 개봉되었기 때문에 익숙한 터였다.
줄거리: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한 1939년 9월 3일 저녁, 안개 자욱한 런던의 워털루 다리위에 한 중년의 남자(로버트 테일러)가 쓸쓸한 표정으로 회상에 젖어 있다. 1차 대전이 한참이던 과거 어느날에 젊은 대위 로이는 공습이 일자 아름다운 여성 마이라(비비안 리)를 도와주고 함께 대피한다. 혼잡한 대피소 안에서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로이는 마이라가 발레를 공연하는 극장을 찾아간다. 사랑에 빠진 로이는 마이라에게 청혼하지만 전장으로 급하게 떠날 상황이 된다. 마이라는 로이를 배웅하러 기차역으로 나가고 그 때문에 공연 시간을 맞추지 못하여 결국 발레단에서 쫓겨나게 된다. 직업도 새로 구하지 못한데다가 우연히 전사자 명단에서 로이 이름을 발견한 마이라는 절망에 휩싸이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거리의 여자로 전락한다. 훗날 마이라는 귀국하는 군인들 사이에서 로이를 발견하지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다 자살하고 만다.
Note: 1940년에 개봉된 흑백의 멜로드라마로 MGM이 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명문가의 청년 장교와 무용수의 비극적인 사랑과 이별을 그렸다. ‘연애영화의 극치’라 창할 만큼 큰 감성적 울림을 주었으며, 이 영화 속 여주인공의 청순함과 남주인공의 중후함은 이후 만들어지는 숱한 비극적 러브스토리의 전형이 되었다. 원작은 미국의 일류 극작가로 알려진 로버트 E. 샤웃드가 1930년에 집필한 동명의 희곡이다. 로버트 샤웃드는 극작가로서만이 아니라 <우리 생애 최고의 해>를 비롯한 작품들을 각색하기도 했다. 앞서 1931년에 제임스 웨일 감독이 영화화한 적이 있었으나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실패했고 1940년에 마빈 르로이가 다시 연출했다. 한국에서는 전쟁 중인 1952년에 피난지인 부산과 대구에서 처음 선을 보였고 1957년 12월에 중앙극장에서 다시 개봉되었다.
연출을 맡은 마빈 르로이는 여성의 감성을 전면화하는 애정서사에 탁월한 실력을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난 감독이었다. 그는 원작이 갖는 반전적 분위기를 줄이고 대신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의 비중을 높이고 감성이 충만한 멜로드라마로 만들어냈다. 이미 그의 다른 작품인 <마음의 행로>와 <큐리부인>이 개봉되었던 터라, 평론계에서는 서정적이면서도 평범치 않은 마빈 르로이의 영화 스타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당시 평론계의 관심이 쏟아진 것은 비비안 리가 연기한 순결과 타락의 양면을 가진 여성 캐릭터였다. 전쟁 때문에 가혹한 운명을 맞이해야 했고 전락의 길까지 밟아야 했던 여주인공의 불행한 현실이 한국전쟁 후에 수많은 여성들이 맞닥뜨린 상황을 환기시켰던 까닭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 스스로의 탓이라 생각하며 번민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지금 처경에 있는 우리 한국여성들도 한 번 생각해볼 문제”2라 말하는 보수적인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1. "로버트 테일러의 희망하는 여성형", 동아일보, 1937.09.08.
2. "<애수>", 경향신문, 1952.10.12.
작성: 오영숙(영화사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