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검열은 어떻게 책임을 회피하는가? : 영화 <남녀공학>(1976)의 표절 시비 사건

by.송아름(영화사연구자) 2019-02-25
한 작품의 두 제목: <남녀공학>과 <학창시절>

1976년 개봉한 영화 <학창시절>의 신문광고 포스터에는 작게 ‘原名(원명): 男女共學(남녀공학)’이라는 또 다른 제목이 표기되어 있다. 본 작품이 특정 영화의 리메이크작이거나 원작 소설 등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명’이 따로 명기되어 있다는 것, 그러니까 <학창시절>이라는 작품명보다 원래 의도한 이름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명기하는 것은 다소 의아한 일이다. 당시 영화제목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문공부에 서류를 제출하고 그 합당함을 인정받아야 했기에, <남녀공학>과 마찬가지로 <학창시절> 역시 학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에 대한 영화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도 굳이 제명을 변경한 것은 그 수고스러움에 비해 크게 얻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변경했다면, 그리고 이전의 제목까지 명기했다면 제명을 변경한 것은 적어도 제작자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겨 말하자면 영화 <학창시절>은 시나리오 표절시비사건에 휘말리면서 세간의 이목을 끈 작품이었다. 1960-70년대 한국영화에서 표절시비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이를 규제할만한 저작권법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절은 그리 중요한 문제로 간주되지 않았고, 특히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문제시 되었던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표절에 대한 무관심이 이어졌다1. 이러한 상황에서 <학창시절>의 시나리오 표절시비사건이 대두된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작품의 표절시비 사건으로 인해 당시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이하 예륜) 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이 작품의 표절시비 사건은 표절을 여부를 가리는 문제를 넘어서는 데에 까지 확대되면서 당시 ‘민간심의기구’라는 예륜의 지위와 책임, 그리고 문공부가 이 심의기구를 대하는 태도 등을 매우 흥미롭게 보여준다.

영화검열에 있어 1970년대라는 시대적 레토릭이 발휘하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검열에 대한 상(像)이 고정되어 있는 것, 영화검열은 곧 삭제라는 행위로 간소화되고 이는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상식과 같은 생각들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검열자는 국가라는 단일한 주체로 결정되고, 심의와 관련한 모든 기구의 의견은 국가의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예륜, 1976년 5월 이후 이름을 바꾼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윤)의 시나리오 심의는 폭력적인 검열을 행한 국가의 의견과 등치에 놓인 채 구분되지 않는 경향이 짙다. 물론 당시 민간심의기구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던 예륜이나 공윤은 예산이나 위원장의 임명 등을 문공부의 관리 아래에서 진행했지만, 이것으로 예륜이나 공윤이 국가 검열권력과 동등한 선상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학창시절>의 표절시비 사건을 파악할 수 있는 심의서류는 당시의 예륜이 수많은 돌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 쉽게 책임질 상황을 만들지 않는 국가 검열로 인해 어떠한 취급을 받았는지 등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예상 밖의 검열의 이면을 바라보게 한다.


검열 질서를 깨뜨리는 돌발적 상황들

<학창시절>은 1975년 11월 15일 <고교남녀공학>이라는 제목으로2 예륜에 심의 신청했던 시나리오가 수정 통과된 후, 같은 해 11월 21일 영화제작신고서를 제출, 12월 7일 문공부로부터 제작신고 수리를 통보 받은 후 영화제작에 착수한다. 이 과정은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영화검열의 기본적인 절차로 제작사는 예륜을 통해 먼저 시나리오 심의를 받은 후, 그 결과에 따라 문공부 측에 제작하겠다는 허가를 요청하며3,  문공부가 예륜의 시나리오 심의와 자체적으로 심의한 유의사항을 덧붙여 영화제작을 허락하는 절차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문공부의 제작허가는 절차상 예륜의 시나리오 심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만약 시나리오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그 책임을 전적으로 예륜의 몫으로 미룰 수 있다는 점이다. 

<남녀공학>의 표절시비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문공부의 태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예륜의 시나리오 심의에서 미성년자의 음주나 일탈 등에 대한 몇 군데의 지적에 그쳐 제작에 착수했던 <남녀공학>은 12월 5일 접수된 ‘대한민국 영화 애호가’의 투서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남녀공학> 표절 시비를 촉발시킨 청원서  

문공부장관 앞으로 보낸 청원서에는 <남녀공학>이 소화34년(1959)년에 발행된 『月刊 シナリオ』(월간 시나리오)에 실렸던 <ハイティーン>(하이틴)을 ‘표절 각색한’ 작품이라고 지적하며, 이미 일본에서 제작·상영된 바 있는 이 영화의 허가·상영은 내년 ‘아세아 영화제가 개최되는 시기에’ ‘이 작품 내용을 아는 일본인들이나 그 외 사람들이’ 안다면 ‘엄청난 챙피’와 ‘국위를 손상 시킬 것’이며, ‘민족 고유 미풍양속을 저해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 덧붙인다. 이에 문공부는 곧바로 예륜 측에 청원서에 대한 의견 조회를 요청하고 해를 넘긴 1976년 1월 8일, 예륜은 「영화 1733-16853(청원서에 대한 의견조회)에 대한 결과보고」를 통해 ‘상황 및 디테일(부분, 항목) 설정이 전체적으로 흡사한 점이 많고’, ‘교사의 봉임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등 인물들의 설정에 유사성을 들어 ‘표절이라는 판정을 면하기 어렵다고 사료(인정)됨’이라는 의견을 문공부 측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예륜의 판정은 처음 시나리오를 심의 후 통과시킨 자신들의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그 결과를 번복한 셈이다. 그러나 <남녀공학>의 문제는 표절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이 작품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예륜의 의견서를 제외하고도 제출된 표절관련 의견서가 세 편에 이르는데 이 중 한국영화인협회(이하 영협) 시나리오 위원회라는 정확한 주체를 밝히고 제출한 한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 출처가 불명확하다4. 이렇게 영화인들이 직접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한 데에는 이 작품의 각본을 담당했던 황영빈의 당시 지위가 문제되었기 때문이다.

 
<남녀공학> 원작자 황영빈의 영화제작승낙서

<남녀공학>의 제작신고서에는 각본이 원작자 황영빈, 각색자 서인경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원작자의 영화제작 승낙서」가 첨부되어 있다. 이 중 황영빈은 당시 영협의 시나리오 위원회 위원장이자 영협의 부이사장, 예륜의 윤리위원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표절문제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황영빈이 시나리오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당선된 직후 발생한 이 작품의 표절시비는 시나리오 위원회 내부의 권력 다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었다. 표절이라 판단한 예륜의 의견서와 비슷한 시기에 제출된 시나리오 위원회의 자체 의견서는 표절이 아니라고 결정 두 기구 간의 의견도 엇갈렸지만, 시나리오 위원회 내부에서도 80여명의 회원이 양쪽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이 오고갔던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표절시비사건이었지만 그 내막에는 직전에 있던 시나리오 위원회 위원장 선거에서 패배한 측에서 보복으로 라이벌이었던 황영빈을 몰아세워 위원장직에서 사퇴시키려 의도가 도시라고 있다는 것이었다5.

앞서 살펴본 청원서의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 그러니까 영화와 관련한 업무를 맡아보는 문공부와 예술국장을 명시하고 있으며, 현재 <남녀공학>을 찍고 있는 지역과 제작사 일시 등을 알고 있고, 각본가와 감독의 이름, 표절이 의심되는 작품의 출처와 상영의 여부 등을 명시한 것으로 보아 영화계 내부인사의 청원서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기에 시나리오 위원회 내부의 표절에 대한 상반된 결정이 시나리오 위원회의 권력다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6. 결국 이러한 다툼 속에서 제출된 보고서들은 완전히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었고, 작가들은 <하이틴>이라는 작품은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었다.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예륜은 이 작품이 표절이라 판단 내렸던 것이다.


예륜은 왜 표절 판정을 번복하는가?

예륜이 1월 8일 문공부 측에 보낸 「영화 1733-16853(청원서에 대한 의견조회)에 대한 결과보고」는 하루 전인 1월 7일에 작성된 것인데, 같은 날 작성된 「예륜 위원장 개인의견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서류는 1월 8일 문공부 측에 보내는 위의 공문과 작가들의 해명서와 함께 발송된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절을 인정한 예륜 위원장 개인의견서


결국 예륜 위원장은 이 작품이 표절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표절문제가 불거진 것이 ‘원작자의 직소(直訴)’, 즉 <하이틴> 원작자의 직접적인 호소에 의한 것이 아니니 선처를 베풀어 달라는 첨언을 한 것이다. 이는 예륜 위원장이 표절 자체를 중대한 문제로 삼는다기보다 사후적인 처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시나리오 심의 결과를 번복하고 있는 예륜의 입장에선 문공부의 처분에 따라 자신들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었기에, 「예륜 위원장의 개인의견서」라는 가장 정중한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에 대한 신뢰와 심의기구에 대한 존중을 요청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공부는 이러한 예륜의 공문을 받은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월 14일, 「국산영화 시나리오 표절 여부에 대한 재조회」라는 제목의 공문을 예륜에 발송한다. 이 공문에는 예륜에서 보낸 재심의 결과 보고서로는 작품 전체의 표절 여부를 확정할 수 없으며, 이 영화는 예륜의 판단에 따라 제작 신고를 수리하여 이미 촬영이 완료된 작품으로 예륜의 판단이 이 작품은 물론 향후의 작품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니 확대 심의회의를 개최하여 결과를 보고하라는 명령이 담겨 있다. 덧붙여 원작 대본과의 씬 별 대조표를 작성, 작품 전체 중 ‘유사 장면 수, 모방 장면 수, 표절 장면 수, 전혀 다른 장면 수’를 적고 ‘원작의 어느 정도를 모방함으로써 표절이라 판정할 수 있는 지의 기준’을 제시하라고 통고하고 있다.

조용히 넘어가 달라는 예륜 위원장의 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문공부는 누구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 수치로 환산할 수 있을 만큼의 객관적인 결과를 요구했다. ‘유사’, ‘모방’, ‘표절’을 장면별로 구분하라는 것도 황당한 일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표절을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게다가 문공부는 이 작품이 예륜의 시나리오 심의 결과에 ‘따라’ 자신들이 제작신고를 수리하여 영화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언급하며 영화가 겪을 불이익을 고스란히 예륜의 탓으로 돌리면서 예륜의 시나리오 심의에도, 표절이라는 판단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이 사이 영화를 완성한 제작사는 영화 본편검열신청서와 미성년자 관람신청서 등을 제출하지만, 문공부는 표절여부를 조회 중인 작품이니 이후 진행하겠다며 검열 자체를 진행하지 않았고, 예륜은 약 2주가 지난 1월 28일 이 작품은 표절이 아니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문공부 측에 보내온다.  

 

<국산영화 시나리오 표절여부에 대한 재조회>에 대한 예륜의 결과보고 

위의 서류를 살펴보면 예륜이 얼마나 이 문제를 고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예륜은 1월 20일 내부적으로 가졌던 재심의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고, 1월 22일 긴급윤리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외부 인사 3인을 위촉하여 재심의를 진행한다. 여기에서 예륜이 최대한 내부적인 의견 개진과 그로 인한 결정을 거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인의 외부인사의 입을 통해서야 9개의 씬 일부와 인물의 설정과 배치, 배경 등의 유사성은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 내린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이러한 번복에는 작품 자체의 비교를 넘어 다소 위압적인 문공부의 통고와 이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진 시나리오 위원회의 분란 등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결정 후 문공부는 1월 30일 <남녀공학>의 제작사인 대영흥행 측으로 「<남녀공학> 검열에 따른 조치」라는 공문을 보낸다. 문공부는 예륜이 표절로 판단했을 때에는 제작사 측으로 즉시 통고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재심의 요청을 한 것과는 다르게,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에는 즉시 그 결과를 통보하면서 표절이라는 판단을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문공부는 예륜의 시나리오 심의를 통해 자신들이 본 작품을 허가한 것이라 책임을 회피하지만, 제작신고 수리 공문에는 예륜의 시나리오 심의 시 지적되지 않았던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어 문공부 역시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살펴보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문공부는 이 모든 책임을 예륜으로 넘기며 영화검열 업무를 관장하는 문공부의 결정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남녀공학> 검열에 따른 조치」에 명시된 보완사항에서 문공부가 주력한 것은 표절시비 사건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는 점에서 표절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공부의 의지가 더욱 명확하게 읽힌다.

 

<남녀공학> 검열에 따른 조치 

위의 공문에서 문공부는 세 가지의 보완을 지시한다. 하나는 ‘사회적 물의를 야기시’킨 제명을 변경하라는 것, <하이틴>과 유사한 부분을 삭제하거나 개작하라는 것, 수정한 부분을 명시하라는 것 등이다. 이러한 지시사항은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모두 없었던 것처럼 만들라는 뜻으로 문공부가 문제가 생긴 영화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제작자는 이러한 지시를 받은 후 「<남녀공학> 제명사용에 관한 건의」라는 문서를 통해 이미 제작수리에 본 제목으로 들어갔으며, 본편과 예고편 등에 타이틀 화면을 다시 찍어야 하고, 이 제목으로 배급 계약을 마쳤기에 제목의 수정지시를 거두어 달라는 내용을 전달한다. 그러나 직후 「<남녀공학> 지시사항에 대한 복명」이라는 문서를 통해 제목을 <남녀공학>에서 <학창시절>로 바꾸겠다는 내용을 전달, 제작사의 요청은 거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남녀공학>은 <학창시절>로 그 제목을 바꾸어 개봉했고, 포스터에는 원제가 <남녀공학>이었다는 것을 작은 글씨로나마 명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문공부가 영화검열 업무를 책임지는 법

결국 <학창시절>은 문공부의 예륜으로의 책임전가, 예륜의 판단 번복, 이로 인해 발생한 물의를 잠재우기 위해 최대한 원제와 유사하게 붙인 제목이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예륜 위원장은 사표를 제출한다. 일신상의 사정이라는 이유였지만, 시나리오 파벌싸움의 부작용이자 문공부의 예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7.

상반된 표절 판정에 최종적으로는 문공부가 가려내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되기도 했지만8 문공부는 어떠한 판정도 내리지 않은 채 이 일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문공부가 내린 결정은 ‘여고생’ 소재의 영화 제작을 규제하겠다는 것이었다. 남녀 고교생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그들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정적으로 그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표절시비 극영화 <남녀공학> 예륜, 윤리위에 심의위임」10 이라는 기사와 바투 붙어 있는 이 기사는 문공부 결정의 이면을 상상하게 한다. <남녀공학>과 <하이틴>의 표절 여부를 판단할 때에 고교생활을 다루는 데에 있어 소재나 등장인물, 배경, 사건 등이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난점이 의견서마다 반복적으로 기술되어 있던 것을 생각한다면, 문공부의 결정은 아예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문공부의 태도는 영화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꾸준히 보인 것으로, 강압적으로 영화의 삭제를 지시했을 것이라는 국가 검열에 대한 상(像)과는 거리가 있다. <학창시절>의 검열과정은 검열에 끼어든 상황과 주체 그리고 그(들)에 대한 대처가 늘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1. 이는 1970년대에 들어 표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1970년대에는 수많은 합작영화로 표절에 관한 지적이 많을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그러나 1970년대의 언론에서 영화검열에 관한 언급 자체 줄어들었고, 검열과 관계 된 표절에 대한 언급 역시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영화검열의 언론 노출에 비한다면 1970년대 영화검열은 그 빈도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든다.
2. 이 작품은 <고교남녀공학>이라는 제목으로 제작신고 직후 <남녀공학>이라는 제목으로 제명변경을 신청하고, 제작신고수리가 된 이후부터는 <남녀공학>으로 명기된다. 이 글에서 역시 이 작품을 가리킬 때에는 <남녀공학>이라는 제목을 사용하고자 한다.
3. 시나리오 심의에서 통과 판정을 받지 못한다면 예륜의 요청에 따른 시나리오에 대한 수정과 심의가 반복된다. 이를 통해 예륜의 시나리오 심의에 통과해야만 제작신고를 할 수 있다.
4. 출처가 분명치 않은 두 개의 보고서 중 하나에는 ‘익명의 영화인 제출’이라 수기로 표기되어 있다. 나머지 하나는 시나리오 위원회의 분열로 인해 시나리오 위원회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하의 내용과 각주 6번 참조.
5. 「극영화 <남녀공학> 표절시비」, 《일간스포츠》, 1976.1.17. 본 신문기사를 비롯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 6-7개의 신문기사가 심의서류에 스크랩되어 있다. 
6. 당시 시나리오 위원회는 시나리오 문학회와 시나리오 위원회로 나뉘어 전자는 이 작품을 표절로, 후자는 표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며 첨예하고 대립했다(「극영화 <남녀공학> 표절논쟁 확대: 표절이다 아니다 상반된 보고서」, 《일간스포츠》, 1976.1.22.). 이 기사를 바탕으로 표절에 관해 의견을 제시했던 총 세 개의 보고서 중 출처가 분명치 않았던 두 개 중 하나는 시나리오 문학회의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7. 「표절논쟁 2라운드 접어들어-판정 뒤집히면 책임소재 시비 또 일 듯」, 《일간스포츠》, 1976.1.24.
8. 
「극영화 <남녀공학> 표절논쟁 확대: 표절이다 아니다 상반된 보고서」, 《일간스포츠》, 1976.1.22. 
9. 「여고생소재 무절제 극영화-문공부 제작 규제」, 《일간스포츠》, 1976.1.23. 이 기사의 표제는 ‘여고생’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남녀’ 고등학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탈선이나 반항 등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이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문공부는 ‘특히 여고생의 경우 담임 선생님을 사모하’는 설정이나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의식, 탈선’등이 최근 남녀 고등학생을 소재로 한 작품들의 문제로 꼽아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데, 이러한 설정은 모두 영화 <남녀공학>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10. 「표절시비 극영화 <남녀공학> 예륜, 윤리위에 심의위임」, 《일간스포츠》, 197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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