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여고괴담
한국형 장르 영화를 말할 수 있다면 그 판타지 월드에서는 소외된 이들의 애환과 그런데도 놓지 않는 꿈이, 원한과 복수보다 강하다.
4인용 식탁
감히 바로 보지 못하나 떨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근대국가와 가부장제의 진실. 그 지배적인 체제에 대한 지적인 해석과 통렬한 영화적 시선.
알포인트
전쟁이라는 텅 빈 중심. 그리고 그 중심으로 돌진한 역사의 공포. 전쟁과 공포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전쟁영화이자 공포영화.
우리들은 정의파다
한국독립다큐멘터리가 믿어온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공동체. 그 문화의 힘을 여러 인터뷰와 여타 요소 간의 정직한 배치를 통해 성성하게 전달하며 독립다큐의 계보를 확장한다.
파산의 기술記述
선동하거나 질책하거나 번뇌하거나 망설이거나… 그 어느 태도와도 안일한 믿음으로 타협하지 않은 채 이 세계를 돌파하려는 날카로운 카메라.
도희야
한 사회의 모순적 구조가 빚어낸 인물과 지역과 그 문화의 복합성을 빠짐없이 엮는 드라마 속에서 괴물이 나타난다. 그 괴물은 소외된 존재로서 또 기존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서, 지배적인 사회질서와 그 바깥의 조건을 탐구해 온 영화의 문제를 형상화한다.
비밀은 없다
탐정영화와 성장영화가 결합한 전개 과정이 젠더에 대한 독자적인 문제를 구성하는 동력이 되며, 그 속에서 또 하나의 독보적인 광인 캐릭터가 구축된다. 영화의 장르와 캐릭터의 또 하나의 도약.
야광
극장과 필름의 물질성을 매개로 형성된 소수자 문화로서의 영화라는 장소. 그 장소성을 잃고 디지털로 이전한 영화의 단절과 지속에 관한 탐구. 빛과 음향의 직조를 통해 영화적 경험의 조건과 정동을 둘러싼 담론을 추동한다.
깃발, 창공, 파티
다이렉트 시네마의 카메라 및 한국독립다큐멘터리의 현장성이 보여준 지평을 갱신한다. 촬영 대상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과 그 시선이 이끄는 방향으로 솔직하고 담백하게 움직이는 카메라가, 드라마나 사건을 대하는 관습적인 중심/주변 구도를 바꿔낸다.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지배적인 역사 서술에 대항하는 과거-기억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 이는 촬영 대상과 카메라의 관계에서 도출되는 기록성, 그리고 그 기록에 나타나는 픽션의 실천 등을 둘러싼 미학적 실험으로서 영화사의 물음들을 밀고 나간다.
※ 특별언급: 베스트 10편 선정 기준을 덧붙인다. 영화 사전검열제도 위헌 결정, 국제영화제 및 한국독립영화협회 설립 등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영화산업 내로 기존의 다양한 흐름이 가시화될 수 있는 조건이 구축된 1990년대 후반부 이전 100선에 포함되지 않은 영화를 선정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영화 100선’의 취지가 ‘기억되어야 하고 재평가가 필요’한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 추천 목록이 제한된 점을 감안해서, 위 기준으로 한정하여 그간 언급되지 못했지만, 미학적/사회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