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청춘의 십자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우리 영화. 활극과 멜로. 코미디까지. 모던뽀이, 모던껄의 꿈의 세계, 청춘의 세계. 경성역(현재 서울역)의 아름다움
서울의 휴일
흑백 영화로 보는 서울의 옛 모습. 로마의 휴일을 흉내 냈지만, 서울의 생활, 언어, 풍경을 바라보는 게 그저 즐겁다. 랜선으로 만나는 서울의 하루 여행.
골목 안 풍경
걸작은 아니나 평범한 이 영화는 정겨운 60년대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말투나 마음 씀씀이, 우리네 삶이 지금은 팍팍하나 이 영화는 시종일관 즐겁다. 옛 생각이 아련한 작품. 9명의 자식이 나오니 스토리가 복잡하지만, 골목 안, 그곳이 곧 인생! 현재 남아 있는 서울을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혈맥
1947년 희곡 혈맥이 원작. 신성일, 엄앵란, 김지미, 최무룡 등 초호화 캐스팅. 60년대 최고의 배우를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탄탄하다. 해방촌 공간이 주요 배경으로 기생충의 현대 지하생활자들이 나온다. 막장처럼 어둡고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 변두리의 삶이 밀도 있게 보인다.
돼지꿈
한형모 감독의 영화는 웃음이 넘친다. 그러면서 진지한 드라마가 있다. 리얼리즘의 시선으로 영화는 1960년대 서울 서민의 모습을 포착한다. 가난한 시절 정치적 과도기에서 제작된 작품
자유부인
한형모 감독의 50년대 영화로 감독의 재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됨. 서울의 풍경을 만날 수(50년대) 있는 게 사진뿐인데 50년대 서울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집과 길 사이에 난 개천. 옛 서울시청의 모습. 복식의 진수. 아서원(현재 롯데호텔 자리. 최초의 청요리). 고궁 돌담길, 적선동, 명동, 상점. 간판. 다방과 댄스홀(백설희 배우님의 댄스), 다방, 을지로 풍경, 동화백화점, 당시 유행 음악(LP)도 만날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
세기말
세기말은 기승전결에 의존하지 않는다. 독특한 구성이다.
각 캐릭터의 임팩트가 전면에 나선다. 대사가 중요했던 <넘버3>와는 달리, 비주얼과 신해철의 음악이 그 임팩트에 가담한다.
살인 장을이나 차로 질주하는 장면 등 몇 가지 신은 드라마의 리듬과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 매우 하드하게 그려졌다. 이 영화는 아주 웃기고 아주 우울한 영화다.
지구를 지켜라!
저주받은 걸작. 왜 그 당시 홍보/마케팅을 그렇게 했을까?
우리 사회(어두운 곳)의 이중적 모습이란…
늘 멸시받고 폭력에 시달리고 버림받았던 한 청년 신하균의 복수극. 외계인으로 표현한 깜찍함. 그리고 이 사회 전체의 문제점과 인류의 탄생~성장 과정을 심오하게 코미디로 풍자한 보기 드문 걸작, <지구를 지켜라!>는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
마더
봉준호 영화 중 플란다스의 개와 함께 좋아하는 영화. 또 다른 최애. 아무도 믿지마, 엄마가 구해줄게. 뱃속에서 10개월을 함께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인 모성이 정의까지 무너뜨리며 변질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성애의 집착. 김혜자 배우님의 신들린 듯한 연기. 엔딩은 그야말로 압권.
※ 특별언급: <하우등>, <모텔선인장>, <파란대문>, <눈물>, <신세계>, <멋진하루>, <밀양>
<미몽(죽음의 자장가)>(양주남, 1936): 유성영화로 가장 오래된 필름. 제목처럼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빠져든다. 낮의 이야기가 음산하게 백일몽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