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오발탄
소설을 번역하는 영화를 넘어 영화적 표현 형식과 미학적 장치들을 통해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현한 영화. 서사의 축을 따라, 혹은 느닷없이 개입하는 이질적이고 낯선 이미지들로부터 전후 한국사회의 현실을 읽어낼 수 있는 영화.
지옥화
기지촌의 삶과 성도덕의 문제를 표면화하면서 동시에 비전문 배우의 캐스팅과 로케이션 촬영, 버라이어티 쇼의 푸티지 필름의 활용과 차량 추격 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적 실험과 놀라운 수준의 완성도 보이는 작품
돌아오지 않는 해병
화려한 전쟁 스펙터클을 가능케 한 반공주의 프로파간다 전략과 군부 쿠데타 정권의 재남성화 기획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개인성에 대한 천착. 전장에 투입된 해병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기보다 '알고 싶었다'는 이만희 감독의 영화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영자의 전성시대
식모살이로 시작된 한 여성의 삶이 도시의 뒷골목을 지나 변두리 판자촌으로 흘러가게 되는 과정을 응시하는 시선에는 남성 관객의 욕망만이 아니라 산업화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태도도 녹아있다.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의 역사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
절망도 허용되지 않는 시대의 우화
꽃잎
1980년 광주를 기억하는 하나의 흔적이자 기록으로서의 영화. 서사적 기억으로 환원될 수 없는 트라우마적 기억에 대해, 재현할 수 없는 것을 영화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응답.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던 배우들의 연기.
살인의 추억
논두렁 롱테이크 시퀀스가 정확히 보여주는 바와 같이, 반복이라는 모티프를 마지막까지 치밀하고 치열하게 몰고 감으로써 성취해 낸 미스터리 드라마의 마스터피스. 영화의 형식과 내용이 어떻게 상호적으로 관여하고 의미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
친구
한국 누아르 영화에 대한 중요한 사례를 꼽는다면,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복수라는 비등가적 교환 체계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들의 예견된 비극은 자본과 노동을 비등가적으로 교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섬뜩한 우화가 된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박찬욱만의 통찰을 보여주는 영화.
기생충
선을 넘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사회의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고 그 불편함의 장소(topos)를 되묻는 영화. 반지하에서부터 언덕 위의 단독 주택까지 수직 축을 따라 이동하는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 선함과 악함, 도덕과 비도덕의 익숙한 구도가 무용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만드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