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하녀
행동하는 여성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제도를 비판하고, 인간의 생존 문제와 원초적 본능, 그리고 이기적인 인간사회의 잔인함을 묘사한 한국 최초의 표현주의 영화.
안개
스토리텔링에 치중했던 당시의 한국영화들과는 달리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나 심리묘사에
비중을 둔 이 작품은 당시로써는 상당히 앞서간 파격적인 작품. 당시 우리나라의 국력이 강했다면 해외영화제에서 수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영화의 황금기에 탄생한 걸작.
장군의 수염
1960년대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현대사회의 물신주의, 인간소외 등을 비판한 모더니즘 영화. 극 중 주인공이 쓴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등의 기법은 당시로써는 놀랄 만하다. 한국영화의 현대화를 앞당긴 작품이 아닐까 한다.
영자의 전성시대
‘영자의 치마 속을 통해 본 1970년대 한국사회의 암울한 이면’이라고 할까, 식모, 여공, 호스테스, 버스 차장 등을 거쳐 결국 창녀로 전락하는 영자의 파란만장한 삶은 산업화라는 미명아래 전 국토가 개발되던 시절, 직업전선으로 내몰린 수많은 소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바보들의 행진
유신 치하의 1970년대, 자유를 억압당한 젊은이들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그들의 꿈을 애상적으로 보여준 당대의 문제작. 감독은 극 중에 흐르는 송창식의 음악을 통해 그 시대의 표정까지 들려준다. 한국영화 100년사 최고의 영화로 손꼽는 작품.
장마
한 지붕 아래서 벌어진, 분단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가족 간의 분열을 그린 영화.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어린 소년의 시각을 통해 보여주는 것도 아주 특별하다. 유현목 감독의 후기 대표작으로 당시 반공사상을 바탕으로 한 계몽적인 전쟁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최후의 증인
현대사회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극의 원인을 6.25 전쟁에서 밝혀내는, 30여 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스릴러 형식의 영화. 물론 원작이 뛰어난 작품이지만, 원작을 분해하여 스크린에 재조립하여 원작이 주는 재미를 그대로 살린 이두용 감독의 솜씨를 누가 따라갈 수가 있을까. 대단한 작품이다.
피막
무속신앙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그 무속 세계를 바탕으로 계급 간의 첨예한 대립과 본능까지 저당 잡힌 조선시대 여인들의 한을 묘사한 영화. 이런 특별한 소재의 사극은 <피막>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꼬방동네 사람들
1980년대 도심지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도시 빈민들의 고달픈 삶을 그린 영화.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은 멜로드라마의 형식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회적인 메시지가 만만치 않다.
시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가슴으로 삼키며 한 편의 시를 완성한 할머니,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을 시를 통해 외친다. 역시 이창동은 거장이었다.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배우 윤정희의 연기 또한 압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