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어화
식민시기 남아있는 영화 중 국책영화의 영향 아래 있지 않은 온전한 조선영화 두 편의 영화 중 한편. 어촌과 도시를 대비시켜 전근대와 근대성을 두고 변화의 시기 여성의 젠더를 비극적으로 탐구한 영화.
여판사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어찌 보면 충무로가 낳은 최초의 여성 감독은 홍은원일 것. 사법고시에 합격한 여성 판사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고, 주체적인 여성이 되고자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어 시어머니의 변론을 담당해 여성 연대를 만들어가는 시대적 한계를 그린 영화.
이조여인잔혹사
여필종부, 칠거지악, 금중비색의 세 편의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 봉건주의 인습에 희생된 여인들을 묘사한 작품. 특히 마지막 편 금중비색은 나인의 금지된 성욕을 드러내고 제도를 교란하는 동료 여성들의 협력을 보여주는 전복적인 결말이 돋보임.
휴일
1960년대 한국영화의 모더니즘을 가장 잘 묘사한 이만희의 수작. 가난하고 지루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연인의 우울한 서울의 하루를 공간과 시간의 절묘한 배치, 수려한 인물과 처연한 대사의 어울림이 돋보이는 연출.
산불
(남성적) 전쟁 없는 (여성적) 전쟁영화.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는 시골마을의 여성들에게 전쟁이 어떤 의미와 효과가 있는지를 여성의 욕망을 중심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전쟁 영화. 위기의 순간에 찾아온 여성 욕망의 해방은 결국 응징될 수밖에 없음을 묘사한 수작.
비무장지대
국립영화제작소에서 제작한 문화영화들 중 일부는 감독의 재량하에서 예술적인 기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가 있었다. 이 작품이 바로 그런 작품. 전후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아 두 아이가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경계선으로서의 비무장지대를 반전의식과 현실 인식을 담아 그려낸 수작.
비밀은 없다
정치인의 아내로 딸을 키우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던 연홍의 자아성장 이야기. 2000년대부터 등장한 ‘엄마-탐정’의 스릴러 영화들 중 가장 수작. ‘생각하자, 생각하자’를 되뇌며, 이성애적 가부장 체제와 이것이 뒷받침하는 정치체제까지 뒤흔드는 여성 주체의 자아 탐색기.
보드랍게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의 의뢰로 시작된 후세대(post-generation)의 이후기억(post-memory)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서사적 형식적으로 도모한 새로운 형태의 일본군‘위안부’ 영화. 김순악에 대한 구술 다큐멘터리이면서도, 시대와 세대와 접속을 꾀한 드라마.
처녀들의 저녁식사
씨네 페미니즘 영화가 논의되던 1990년대, 본격적 적극적으로 여성주의 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29살 세 명의 여성의 성, 사랑, 직업, 가족과 친구 관계를 진취적으로 묘사한 수작.
지구를 지켜라!
도발적이고 독창적인 한국형 공상과학영화의 최고봉. 황당한 서사와 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