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미망인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이 선보이는 6.25 전쟁 직후 여성의 삶에 대한 급진적인 재현. 2023년에 봐도 세련됐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한국 퀴어 영화의 고전. 지우기 위해 눌러 놓았던 레즈비언 섹슈얼리티가 시대를 타고 스크린으로 되돌아왔을 때의 파괴력이 기괴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도희야
기꺼이 불온함으로써 한 걸음 나아간 영화. 여성과 레즈비언에 대한 안전한 재현을 거부하고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 '함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는 한국영화에서 흔하지 않다.
시
관습을 배반하고 진리와 정의에 충실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예술은 그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우리들
소녀들의 이야기가 하찮다고, 누가 말했는가?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의 지루한 판도를 뒤집어엎은 새로운 여성영화의 흐름을 선도한 작품.
벌새
보편이 된 소녀.
소름
가장 정확하고 통렬하게 한국 근대성과 가부장제적 자본주의를 비판한 작품. 독과점으로 영화를 팔면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식의 안일함 따위는 이 영화에 없다.
비밀은 없다
'맘충의 역습'. 한국사회가 비하하고 손가락질해 온 여성-엄마가 그 견고한 편견과 스테레오타입을 가지고 놀면서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를 얻었을 때, 기이함은 미학이 된다.
헤어질 결심
남성의 불안을 탐색하는 누아르와 여성의 억압을 탐색하는 멜로드라마가 서로를 참조하고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면서 교차할 때, 완전히 새로운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양이를 부탁해
21세기의 시작은 불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포용적인 시대가 되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그건 새로운 인간상 유태희(배두나) 때문이었다.
※ 특별언급: <지구를 지켜라!>와 <킬링 로맨스>. 완전히 다른 두 작품이지만 잊을 수 없는 '괴작'이라는 면에서는 함께 놓을 만하고, 남과 다른 재능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작품이란 점에서 기록해 둘 만한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