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만선
4년 먼저 개봉한 신상옥의 <쌀>로 대표되는 개발주의 스펙터클의 어두운 짝패 격 작품. 후반부의 파도 시퀀스는 이 영화를 한국의 재난영화의 초석을 다진 작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전자인간 337
한국 미디어 믹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작품.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셀 애니메이션 특유의 질감을 사이키델릭하게 살린 부분 등이 두드러져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안개 속의 탈출
현재 관람이 가능한 60-70년대 한국 범죄 영화 중에서도 매우 스토리가 탄탄하고 전개의 완급이 뛰어난 편이기에 더 주목받아야 하는 영화
아메리카 아메리카
민족적 봉합을 강조하는 80년대 미국의 로드무비와 거대서사의 해체를 지향하는 80년대 충무로 로드무비의 이분법적 경계를 해체하는 작품. 탈-냉전 시기에 접어드는 한국에 있어 아메리카란 과연 무엇이었는가라는 고찰을 가능케 하는 작품.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
남성 주체 중심으로 여전히 쓰여있는 노동 운동사와 영화 운동사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작품
미소
영화연구의 오랜 관심사인 여성과 시선(gaze)의 문제를 시각을 잃어가는 주인공과 시각 기계 (카메라, 비행기 등) 사이의 관계를 통해 천착한 작품. 동시대 소위 (포스트) IMF 영화라 분류된 작품들에서 여성이 징벌과 혐오의 대상으로 단순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 고찰의 깊이가 빛나는 작품
남극일기
서사적 불친절함만으로 치부될 수 없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시각성을 한국 상업영화 신에서 유의미하게 실험한 사례.
타짜
군사정권/개발주의 시기와 신자유주의 시기의 전환점으로서의 1990년대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를 깊게 고민한 작품. 도박 특유의 촉감에 포커스를 둔 시각성을 극도로 활용하여, 분명히 보이거나 서사화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1990년대 한국을 떠도는 박정희의 유산과 신자유주의의 징후를 감각의 차원으로 끌고 온 실험적인 작품.
욕창
신자유주의 시대의 젠더화된 돌봄 노동, 노인의 섹슈얼리티, 그리고 한국의 “다문화"에 관한 뛰어난 고찰을 보여줌. 욕창을 앓는 노인과 이주노동자(조선족 간병인)라는 비-이동성과 이동성의 두 상징을 축으로 하여 영화의 운동성이라는 오랜 주제를 섬세한 미장센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생태수호자로서의 여성’이라는 정형적 도식을 언어적 식민화의 문제를 통해 재해석한 작품. 개발도상국의 생태와 한국 샐러리 우먼의 노동현실을 서발턴의 목소리라는 차원에서 연결한 의미 있는 시도를 보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