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미망인
전후 시대 여성들의 욕망과 좌절, 전통과 근대의 갈림길에 선 여성들의 초상을 이렇게 통렬하게 재현한 영화를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이라는 찬사를 뛰어넘는 시대가 만든 걸작.
하녀
1960년대 근대화의 압박 아래 중산층의 로망이었던 ‘2층 양옥집’의 내부로 관객을 끌어들여 한국 자본주의의 경제적 조건들과 그 내부에 또아리를 튼 인간의 욕망과 억압, 공포와 불안, 금기와 처벌에 대한 사유를 영화 안에 촘촘히 새겨 넣은 김기영 영화의 핵심이자 교과서.
안개
주제가와 함께 과거의 심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당대의 남성 인물이 모더니즘적 영화적 장치와 만나서 시대적 공기를 잘 형상화한 영화이다.
길소뜸
남북 이산가족 찾기는 역사적 사건이자 아픈 상처의 스펙터클이다. 영화는 멜로드라마적 설정을 최대한 활용하여 미담이나 눈물 너머, 당대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한국사회의 허상을 통렬하고 비판적으로 재현한 문제작.
공동경비구역 J.S.A
분단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사회를 뜨겁고도 냉철하게 해부한 2000년대를 여는 예언서이자 남성 멜로드라마.
마더
봉준호의 렌즈와 '한국의 어머니상'인 김혜자 배우를 통해 괴물화된 한국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볼 수 있는 세밀화 혹은 모성 신화의 해부도.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조용한 속삭임이 아닌 집단적 목소리가 될 수 있게 한 역사적 영화. 특히 '백피트 운동'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한 대안적인 제작 및 배급 방식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자 기록!
고양이를 부탁해
막 스무 살이 된 다섯 명의 여성 주인공들을 가장 실재하는 인물답게 재현한 20세기 한국 여성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예견한 수작. 와라나고 재개봉 운동을 통해 관객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알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여성 국가 대표 핸드볼 선수의 일화가 신화가 되는 그 뒷면을 섬세하고 따듯하게 그린 영화. '아줌마'로 폄하 되는 중년 여성들 자신의 문제 해결과 팀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은 명필름의 여성 제작자 심재명과 여성감독 임순례의 팀워크 승리의 거울상이다.
오마주
과거의 여성영화인들에 대한 전기영화와 역사영화의 한계를 '오마주'로 돌파하며 현재의 여성영화인들에게 바치는 오마주. 녹록치 않은 현실을 특유의 솔직함으로 재현한 성찰의 영화.
※ 특별언급: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1962),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 <미망인>과 더불어 여성감독 선구자들 중 한사람인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는 당대 상징적 사건을 픽션으로 만들어 질문하는 것으로 당대 여성의 위치를 통해 영화 매체의 의미와 성격을 보여줌. <비밀은 없다> 역시 한국사회의 기존 제도나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징후적으로 드러낸 수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