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코멘트
미망인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의 작품으로 한국 전쟁 이후 불가피한 가족의 해체와 재결합의 과정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의 풍경을 여성의 시선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이어도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어도>는 원작보다는 '이어도' 설화가 지닌 샤머니즘적 분위기를 끌어안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파괴적이고 남성적인 한국의 근대 개발 서사에 샤머니즘적 주술을 건다.
휴일
가난한 연인 앞에 놓인 거대한 사태 - 낙태해야 하지만 돈이 없다 - 는 결국 연인들을 집어삼킨다. 냉전 시기 한국사회가 마주한 봉쇄의 감각을 탁월하게 다룬 영화.
길소뜸
전후 가장 거대한 스펙터클이라 할 만한 '이산가족찾기' 운동을 영화화 한 작품. 전쟁 중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화영의 시선을 통해, 한 발짝 떨어져 이 거국적 스펙터클을 바라보려는 임권택 감독의 시선이 돋보인다.
지옥화
전후 막 형성된 해방촌과 기지촌을 중심으로 냉전의 풍경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군 부대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기생적 경제 활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냉전의 폭력성과 자본의 욕망을 폭로한다.
낮은 목소리 3 - 숨결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의 증언과 현재적 삶을 다룬 <낮은 목소리> 연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피해 당사자가 직접 인터뷰어로 나서는 전반부와 가족에게 자신의 피해 생존 사실을 알리는 후반부의 이야기를 통해 트라우마적 사건을 증언하는 것의 복잡한 맥락과 곤경을 담아낸다.
고양이를 부탁해
불온한 세기말을 지나 새로운 세기의 도래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과 폭력을 마주하는 여성들의 삶을 다룬다. 세기의 전환, 10대에서 20대, 필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라는 중층적 의미에서 '인-비트윈in-between'의 감각을 노정했던 이 영화는 2022년 디지털 복원되며 다시 세상의 빛을 보았다. 이를 통해 기록되었으나 기억되지 못했던 여성영화의 근-과거사를 '여성영화 아카이브'의 목록에 더한다.
복수는 나의 것
여러 의미에서 지금의 박찬욱 감독은 다시 만들 수 없을/만들지 않을 것 같은 영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정치적인 동시에 낭만적 지향의 영화이다.
파산의 기술記述
IMF 이후 신자유주의적 '체질'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시대의 이미지와 사운드를 세밀하게 기술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화면 속 이미지와 사운드, 그리고 텍스트는 일관된 서술을 직조하기보다 오히려 충돌하고 간섭하며 그 자체로 '파산'의 풍경과 공명한다.
※ 특별언급: <미몽(죽음의 자장가)>(양주남, 1936): 일제 식민지 시기 경성의 근대화된 도시 경관과 신여성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영화로 배우 문예봉의 얼굴 클로즈업을 경유해 식민 근대화 과정을 관통하는 여성의 시선을 포착한다.